[2002아시아-유럽프레스포럼]'9·11사태 - 언론의 과제' 주제발표:후나바시 요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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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11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아시아의 시각=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하루아침에 전선(戰線)으로 돌변했다. '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우방으로 탈바꿈한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전통적 우방은 거꾸로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한국의 햇볕정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펴고 있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해 언론 매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을 교육에서 찾는다. 9·11테러는 상이한 문화와 역사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다.

문화적·인종적으로 자신과 다른 배경을 지닌 집단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특정 집단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민간외교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3세계에 대한 서방세계의 편견과 일방적인 시각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든 인종적·종교적 편견을 떠나 자신과 다른 사회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과 함께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은 이런 편견에 편승,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이슬람 학교인 '마드라사'가 그 좋은 예다. 파키스탄 전역에서 수십년간 운영돼 온 마드라사는 9·11테러 이후 이슬람 원리주의의 온상으로 주목받게 됐다. 파키스탄 국민의 3분의1은 마드라사 졸업생이며 이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론들은 항상 새로운 '뉴스'를 좇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앞에 언급한 마드라사의 경우처럼 표면에 드러나는 단편적인 뉴스보다 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전세계 뉴스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언론들은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그밖의 다양한 이슈에서 서방 세계 언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 중앙일보가 마련한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은 아시아의 목소리를 세계로 전파할 수 있는 언론인들의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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