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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장내진입 '국보'인게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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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보'가 움직인다. 어디로 갈 것인가. 어쩌면 올시즌 한국시리즈 패권의 향방보다 더 흥미진진한 것이 선동열(40)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의 거취다. 선위원은 3년째 현장을 떠나 있다. 일본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돌아온 것이 1999년 11월. 그때 그는 "무조건 쉬겠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외에 머물렀다.

이제 움직일 때다. 본인도 이제는 홍보위원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서 내년 시즌에는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관측이다. 최근 그의 행보와 관련해 두산·삼성에서 투수코치 제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배경은 이렇다. 선위원이 지도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주위에서는 "곧바로 감독을 맡는 것보다 코치로 1~2년 수업을 쌓은 뒤 감독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열 중 여덟, 아홉은 그렇게 말했다.

그 무렵 선위원은 한 사석에서 "지금 8개 구단 가운데 내가 감독으로 모실 수 있는 분은 두분뿐입니다. 두산 김인식 감독과 삼성 김응룡 감독이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이 해태 선수로 뛸 때 각각 코치·감독이었던 두 사람이다.

다른 구단의 코치로 갈 경우에는 자신의 비중 때문에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선배가 난처해질 수 있어 부담이 된다는 표현이다. 그리고 그 말의 이면에는 코치로서 다른 감독을 모실 경우 자신의 소신을 펴지 못하고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래서 '자신이' 이해하고 또 '자신을' 이해하는 두 감독이 있는 팀을 먼저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두산 김인식 감독은 "기존 코칭스태프와의 화음이 먼저"라며 선위원이 원해도 영입이 곤란하다고 말한다.

이게 선위원의 핸디캡이다.비중이 너무 큰 것이다. 주변의 충고대로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코치부터 경험을 쌓고는 싶지만 현재 코치로 갈 수 있는 팀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나온 게 '해외 연수설'이다. 2~3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본야구는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미국야구는 연수가 또 필요한지 의문을 갖고 있다. 해외연수에 부정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곧바로 감독으로 가야 한다. 어느 팀일까. 이 경우 '지우개 찬스'를 쓰는 게 현명하다.우선 롯데는 아니다. 백인천 감독이 부임한 게 올 6월이다. 그리고 삼성과 두산·기아도 아니다. 이 세 팀은 친분이 두터운 '어른'과 '형님'이 감독을 맡고 있는 팀이다. 현대와 한화는 '아닐 것'이다. 현대는 김재박 감독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한화는 선위원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LG는 1년전께 감독 영입설이 나돌기는 했지만 지금은 감독 교체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K가 남는다. 강병철 감독의 임기가 1년 남아있긴 하지만 갈 수도 있는 팀이다. 그리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해외연수를 통해 다음 찬스를 기다릴 것인가. 선위원은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거취를 밝히겠다"며 장고하고 있다.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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