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案 위헌요소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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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정부가 내놓은 주5일 근무제 시안 때문에 장안이 떠들썩하다. 그 핵심은 평상 임금을 줘야 하는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총액은 전보다 낮추지 말라는 것이다. 전보다 일을 덜해도 예전처럼 월급을 받는다면 월급쟁이로서는 쌍수로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고정된 임금 총액/근로시간 축소=시간당 임금 인상'이라는 부분이다.

시장경제를 자처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임금은 고용주와 근로자 측이 합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하게 돼 있다. 부문마다 또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근로자마다 생산성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에서도 나라가 위기를 맞으면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가격통제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시장경제의 본산을 자처하는 미국도 월남전 막바지 1970년대 초 물가가 총체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을 맞자 닉슨 대통령이 임금·물가의 동결조치를 취했다.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만 정부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

근무시간 조정도 정부 정책으로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실업자가 너무 높아 경제·사회체제의 일체감(social cohesion)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일자리 증가를 겨냥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 말이다. 80년대 초 실업률이 10%를 넘어서자 독일이 한때 동원했던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운동이 그 한 예다.'사회적' 시장경제를 자랑하는 독일도 이때 임금을 올리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상승이나 고실업 등으로 위기를 맞지 않은 우리나라가 지금 근무시간과 임금을 통제하겠다고 한다. 임금을 '정부'가, 그것도 '일률적으로 올리라'고 강제하는 것이다.

임금 결정의 당사자도 아닌 정부가 임금을 높여 주라고 강제하는 것이 과연 시장경제 자율 원칙에 맞는 것일까. 혹시 그것이 고용주의 경영권이나 재산권의 자율적 행사를 막는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는 없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 임금비용 압박 때문에 회사가 망하게 되면 정부가 책임져 줄 것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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