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노동자부, 농림부는 농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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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5일 근무제를 찬성하지만, 왜 정부가 직접 나서 수십만 기업의 임금 협상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노동부는 노동자부, 농림부는 농민부라는 생각이 든다."

박용성(朴容晟·62·사진) 대한상의 회장이 6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그는 "지금처럼 정부가 기업과 노동계의 요구를 보고 적당히 절충하는 식으로는 안된다"며 "정부는 큰 틀만 만들면 되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과 관련, 朴회장은 "미국은 장관이 12명인데 우리는 20명이 넘는다"며 "도대체 20명이 넘는 장관이 모여 무슨 국무회의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정경제부가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큰 그림을 못본다"며 "예전처럼 예산권을 갖고 큰 그림을 보는 경제기획원 조직이 낫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는 합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쟁과 전투'를 비유해 풀어나갔다.

"정부가 큰 전쟁을 해야지 조그만 전투를 하면 안된다. 반도체 메모리가 어떻고, 비메모리가 어떻고 일일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그런 구체적인 전투는 기업이 훨씬 잘한다. 문화관광부에 바둑과가 생기면 그 때부터 우리 바둑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틈만 나면 전투를 하려 한다. 전쟁만 하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일까."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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