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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포트 사령관 일문일답] "한반도 영향 없을 때만 미군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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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첫째 임무는 한국 방어'임을 강조하고 있다.박종근 기자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안전 보장”이라는 단어를 다섯 차례 사용했다.주한미군의 첫째 역할은 한국 방어 임을 강조한 것이다.지진해일 복구 지원에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파견되는데 대해선 “한반도 방어에 영향이 없는 경우에만 한정된다”고 말했다.반미 감정과 같은 민감한 질문에는 “나는 한국에서 봉사하는게 행복하다”고 말했다.인터뷰는 용산 미군기지 주한미군 사령관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주한미군 역할이 한반도를 벗어나 동북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나.

"주한미군의 첫째 목적은 한국의 안전 보장이다. 한반도에서 어떠한 적대행위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다. 이 역할은 2008년, 2010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지금 같은 남북 간의 정치 상황이 그대로 지속되는 한 미군은 한국 안전 보장이라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굳건히 지킬 것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해외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나 전후 안정화 작전에 주한미군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은가.

"향후 가능성은 주한미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가지고 따져야 한다. 주한미군의 첫째 임무는 한국 방어다. 우리는 이번 지진해일 참사 복구에서처럼 주한미군이 인도주의적 활동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의료 지원, 헬기 구호 작업 등이다. 이들 주한미군 병력은 오직 한국 방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에서만 이동한다. 주한미군 전력과 관련된 어떠한 결정도 한국 방위라는 임무를 기준으로 내려진다."

-주한미군을 한반도 바깥으로 이동시킬 때 한국 정부와 협의하는 '사전협의제'를 구체화할 의향은 없는가.

"이번 주한미군의 지진해일 복구 지원과 관련, 우리는 한국 정부 및 합참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사전협의제 문제는 향후 합참과 구체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 현재 주한 미 대사관과 한국 정부의 외교통상부가 이를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한미군이 중국.대만 간의 양안 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가.

"주한미군의 초점은 한국 방위에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으로서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은 현역 병력만 120만명이다. 세계에서 다섯째 규모다. 북한은 많은 숫자의 장사정포를 갖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서울에 도달할 수 있다. 특수부대나 잠입작전.대기뢰전에 이용되는 잠수함도 보유하고 있다. 800여기로 추산되는 미사일도 북한 전력의 일부다. 문제는 이런 북한군 전력의 70%가 평양 남쪽에서 비무장지대 사이에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단시간 내에 공격작전을 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 능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북한만이 정확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기회를 이미 가진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사용후 핵연료봉 8000여개를 재처리했다. 그래서 6자회담이 중요하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미.북 양자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나와 다른 5개국과 함께 결론을 내야 한다."

-주한미군의 110억달러 전력 증강 계획은 어떤 내용인가.

"이미 지난해 많은 부분에 투자가 이뤄졌다. 아파치 롱보 헬기.신형 M1A1 탱크 도입과 컴퓨터.통신의 지휘체계 개선 사업 등이다. 패트리엇3 미사일 도입과 정밀 타격 및 야간작전능력 항공기 도입, 해군.해병대 전력 증강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유사시 한반도 전력 배치에 필요한) 수송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속 수송선(HSV)이나 C-17 수송기 등도 도입된다. 이들 수송 수단은 스트라이커 여단과 함께 운용된다. 현재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5~6개의 스트라이커 여단은 모두 태평양을 전개 지역으로 하고 있다. 이들 스트라이커 여단은 모두 한반도 신속 배치가 가능하다. (유사시) 미 서해안에서 11시간 안에 한국으로 공수될 수 있다."

-주한미군이 미래형 사단급 사령부(UEx) 등으로 재편된다는데.

"이는 미군의 변혁(transformation) 차원이다. 발전된 기술을 군 편제 등에 적용해 전력의 생존성.기민성.살상력을 늘리는 것이다. 미8군은 앞으로 1년 내지 1년6개월 이내에 이런 변혁을 완료한다."

-반미 감정은 어떻게 보는가.

"한국에는 반미 정서만 아니라 친미 정서도 있다. 반미 감정에 내가 당황하거나 좌절한 적은 없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있는 민주 사회에 살고 있다. 반미 정서는 한국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모든 구성원 역시 한국인들은 자신의 입장을 표현할 자유가 있음을 인정한다. 나는 매일 일어날 때마다 행복하다. 내가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미국)에서 왔고 또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한국)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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