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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토이 스토리3’ 조예원 조명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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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할리우드 조명감독으로 일하는 조예원씨는 “영화의 생명은 역시 스토리에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3’가 화제다. 미국 개봉 한 달 만에 3억7900만 달러(약 4520억원, 22일까지)의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벌써 1편(1995년, 3000만 달러)과 2편(99년, 2억5000만 달러)의 기록을 추월했다. 따스하고도 희망찬 작품 분위기가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디즈니와 함께 선보인 이 영화에는 한국인 스태프가 비중 있게 참여했다. 조명감독(마스터 라이팅 아티스트) 조예원씨다. 서울대 미대, 뉴욕 SVA(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인 조감독은 드림웍스의 ‘슈렉2’, 픽사의 ‘카’ ‘라따뚜이’ ‘월E’ ‘업’ 등을 작업했다. 실사영화에서 조명감독이 하는 일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자리다. 그림자, 색깔, 빛의 밝기, 톤 등을 일일이 조절해야 한다.

조씨는 “‘토이 스토리’ 1, 2편 이후 발전된 테크닉을 반영하면서 전편들과 연관성도 찾으려 했다. 발전된 기술은 도입하되 관객들이 ‘그때 그 우디, 그때 그 버즈’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픽사 조명팀에는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 배경을 가진 사람과 미술 쪽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골고루 있어요. 그만큼 업데이트되는 테크놀로지를 쫓아가는 노력과 미학적 재능이 골고루 갖춰져야 할 수 있는 일이죠.”

픽사는 무엇보다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만큼 조명에서도 스토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명을 찾아야 했다.

“병원 복도에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창문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면 참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겠죠. 하지만 빛이 희미해서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곳까지 닿지 않는다면 슬프고 외로운 느낌이 나겠죠. 이처럼 내용을 보강해주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해도 스토리 전달에 도움이 되는 조명이 가장 성공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3D 효과 역시 스토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테크닉으로만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이 스토리3’ 3D버전이 눈이 휘둥그래질 만한 입체 효과 대신, 도드라지진 않지만 스토리 몰입에 기여하는 소소한 효과로 이뤄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하려는 후배들에게도 스토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자기 경험을 녹인 독창적 단편을 많이 만들어봤으면 해요. 그림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고, 갤러리나 비엔날레 같은 곳도 열심히 다니면 좋겠죠. 픽사 같은 곳에 지원할 때도 테크닉보다 스토리를 강조하는 데모 작품이 훨씬 유리합니다.”

서울대 조소과와 대학원(산업디자인)을 졸업한 조씨는 모션 그래픽 붐이 일던 99년 미국에 와서 컴퓨터 아트를 공부했다. 그의 졸업작품을 눈 여겨본 스튜디오들이 러브콜을 보냈고, 드림웍스를 거쳐 픽사와 인연을 맺었다. 요즘에는 내년 개봉 예정인 ‘카2’를 매만지고 있다. 한국 무용, 오페라 등과 조명을 결합한 실험적 공연도 준비 중이다.

 LA지사=글·사진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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