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女'세계 정상급 男은 아시아 중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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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북한 축구대표팀이 잇따라 한국에 온다. 1990년 통일축구 이후 12년 만이다.

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남북통일축구에 남자대표팀이, 29일 개막하는 부산아시안게임에는 남녀 대표팀이 모두 출전한다.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국제대회에서 모습을 감췄던 북한 축구의 현재 전력을 점검한다.

◇남자축구

북한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백26위(8월 현재)다.아시아축구연맹(AFC) 53개 가맹국 가운데서는 22위에 해당한다. 아시아에서도 '중위권'의 실력이다. 2000년 이후 19차례의 A매치에서 6승7무6패를 기록했다. 한·일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는 참가하지 않았고,2000년 아시안컵 예선라운드에서는 같은 조의 태국에 밀려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중국 삼성배대회(4개국 출전·북한 우승)와 킹스컵대회(4개국 출전·북한 우승) 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대회에 주로 참가하고 있다.

2000년에 세대교체를 단행한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0.5세다. 투지와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전술적 완성도와 공·수간 유기적 연결, 현대축구의 흐름인 압박축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눈여겨 봐야 할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영준(19)이다.1m85㎝의 장신이면서도 발재간과 몸놀림이 좋고 두뇌플레이에도 능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게임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최전방에는 이금철(22)과 전철(20)이 투톱으로 나서며,전영철(28)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공격진을 뒷받침한다. 90년 통일축구대회 당시 북한의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정만(43)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여자축구

지난해 아시아 여자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아시아의 맹주' 중국을 준결승에서 3-1로 완파했다. 당시 중국팀에는 미국여자축구리그에서 활약하던 쑨원까지 합류해 있었다.

북한 여자축구는 86년 "여자 체육종목 가운데 승산있는 종목을 집중 육성하라"는 김정일의 지시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했다.'최강자'가 되기까지 10여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93·97년 아시아선수권과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는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덴마크를 꺾고 1승을 거뒀다. 월드컵이 끝난 뒤 세대교체를 단행, 지금의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북한 여자축구의 특징은 한마디로 '남성화'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몸싸움·헤딩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공격에서는 조성옥(28)·이금숙(24)·진별희(22)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 4월 불가리아에서 벌어진 알베나컵에서 루마니아를 5-1, 불가리아를 4-0, 우크라이나를 3-0, 러시아를 2-1로 꺾고 우승했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 '0순위'로 꼽힌다. 이성근 감독이 이끌고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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