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풍'루사'한반도강타]낙동강 20일만에 또 범람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태풍 '루사'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낙동강 하류 지역에 홍수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수위가 2일 오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낙동강 수계 전역이 범람 위기에 놓였다. 이에 창녕군은 민방위대원 동원을 검토 중이며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일부가 붕괴됐던 창녕·의령·함안 지역의 둑들이 다시 붕괴 되거나 물이 새고 있다.

지난달 붕괴됐던 함안군 법수면 백산둑의 가물막이 시설에서도 물이 새기 시작해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며 창녕군 남지읍 고곡리 고곡둑과 길곡면 신촌리 신촌둑, 부곡면 비봉둑, 이방면 장천둑 등 남강둑 6곳이 범람 위기를 맞고 있다.

열흘 이상 침수됐던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 주민들은 낙동강 수위가 다시 높아진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김해시 한림면 장방리 부평마을 입구 2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생활해 온 이재민 예태수(59)씨는 "태풍 소식에 지난달 30일부터 잠을 자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집중호우 때 집이 침수돼 금곡초등학교에서 생활하던 그는 며칠 전부터 지렁이를 양식하던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밤 태풍이 몰고 온 거센 바람에 지붕 역할을 하던 비닐이 찢겨 나가자 거처를 이재민용 컨테이너로 옮겼었다.

이 마을에는 예씨처럼 20여일 만에 또다시 이재민이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낙동강 둑 아래 저지대인 한림면 시산리 술미 마을에서도 50여가구 주민들이 다시 짐을 싸고 있었다. 이날 오후 한림중학교에 10여가구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들고 찾아왔다.

한림면 수해비상대책위원회 유진환 위원장은 "낙동강 수위가 계속 올라간다면 대산면에서 마을 입구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둑이 터질 수 있어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수해 때 3백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냈던 한림 토정공단에서는 공단의 배수장 둑에서 물이 조금 새기 시작해 굴착기 2대와 군 장병 50여명이 투입돼 둑 다지기 공사를 벌였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23개 마을 1천3백여가구가 침수됐던 한림면 일대는 루사가 몰고 온 폭우로 저지대 논들이 다시 침수됐다.

지난달 6개 마을 1백22가구가 침수됐던 함안군 법수면 주민들도 복구작업을 멈추고 남강 수위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5천여평의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메론 등을 재배해 오다 수해를 입은 상동작목반에서는 하우스에 넣어 두었던 배양용 토양 20t을 다시 끄집어냈다. 수리를 끝낸 보일러·무인 방제기 등도 침수에 대비, 이날 오후 고지대로 옮겼다.

법수면 백산 제방 붕괴 대책위 조석제(43)사무국장은 "지난번 수해 때 물에 데인 주민들은 비만 내리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말했다.

이 일대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부터 방류를 시작한 낙동강 상류 댐의 물이 도착하는 2~3일 뒤를 걱정하며 20여일째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김해=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