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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은 형사 처벌보다 민사로 해결해야” 폐지 수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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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헌법재판소에서 4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던 간통죄도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우리 사회의 성 문화에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간통죄는 사문화의 길을 걸어왔다. 간통죄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거듭되면서 검찰과 법원도 “자의에 의한 성 관계를 중하게 처벌해야 하느냐”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간통죄로 기소된 사람은 1998년 2000명이 넘었으나 10년 만인 2008년엔 900명 선으로 떨어졌다.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08년 10월엔 가까스로 위헌 결정을 모면하면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당시 헌재는 서울북부지법이 “법이 이불 속까지 들어가선 안 된다”며 제청한 간통죄 위헌제청 등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위헌 정족수(6명)에 못 미쳐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당시 민형기 재판관 등은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을 국회가 기울여야 한다”고 입법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특위 위원들은 “간통은 형사 처벌보다는 당사자 간의 민사소송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특위 위원은 “가정 내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89년 법무부 형사법개혁특위에서 위원 전원 일치로 간통죄 폐지 의견을 냈으나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한 부장검사는 익명을 전제로 “설사 간통죄가 법으로서의 힘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명시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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