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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이젠 ‘스펜드 인 코리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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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싱가포르에 머무는 동안 이 나라의 올 2분기 성장률을 접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나 늘어나 1975년 이래 최고치라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올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9%에서 13~15%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등이 여전히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이 같은 역동성은 관광·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덕분이란 게 현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과거 싱가포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주도형 경제개발로 고도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활력이 뚝 떨어지는 고비를 맞았다. 전자·석유화학 등 제품에 편중된 제조업 구조와 과도한 수출의존도에 발목이 잡혔다. 2000년대 들어 싱가포르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박차를 가했고 이제 그 열매를 본격 수확하기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 싱가포르는 중국의 성장이라는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냈다. ‘도덕국가’를 표방하던 싱가포르가 이미지 훼손을 무릅쓰고 카지노를 허용한 것은 중국 부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모든 산업의 성장은 소비에 뿌리를 둔다. 구매력 있는 소비자의 지갑이 열려야 비로소 해당 산업과 기업이 커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끄는 소비자의 지갑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을 활용하는 성장 전략은 다양하다. 현지에 직접 들어가 투자하거나 부품·소재, 그리고 완제품을 수출해 돈을 버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이 그렇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지갑이 두툼해진 중국인들을 직접 끌어들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중국의 평균 임금은 향후 5년간 두 배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위안화 절상까지 예상된다. 바야흐로 중국 경제 성장의 키워드가 ‘투자’에서 ‘소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국내 소비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인의 해외 나들이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제 싱가포르의 새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주인은 미국의 카지노 재벌인 샌즈(Sands)다. 건물을 지은 것은 한국의 쌍용건설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외국인투자 유치가 싱가포르 재도약의 밑거름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영리의료법인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은 첨예한 내부 갈등으로 수렁에 빠졌다. 카지노산업 육성 같은 얘기는 꺼내기도 힘든 분위기다. 눈앞의 황금알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제 우리도 만들어 파는 데만 힘을 쏟는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탈피하자. 해외 소비자를 끌어들여 돈을 쓰게 만드는 ‘스펜드 인 코리아(Spend in Korea)’로 혁신하자.

싱가포르나 상하이·홍콩 등을 방문하고 돌아와 인천공항에 내릴 때 항상 느끼는 게 있다. 이들 지역에 비해 우리의 산하가 얼마나 아름답고 공기는 또 얼마나 쾌적한지를. 관광대국, 서비스산업 강국으로서 한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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