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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내용·외장 모범보인 DVD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DVD 제작사에 취재를 가보면 한결같이 "국내 DVD 팬의 수준이 너무 높아 고민"이라고 하소연한다. "사운드가 DVD답지 않다" "서플(부록)의 내용이 빈약하다" "왜 서플 자막 번역을 하지 않느냐" "케이스가 튼튼하지 못하다" 등 작은 부분까지 지적하는 항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직배사 담당자는 본사에서 "한국만 유독 서플에 신경을 쓰고 까다로운 주문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이 중에는 여건상 개선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국내 고전 영화는 판권이 분명치 않고, 관련 자료도 전무하다시피 해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서플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외국 흑백 고전 중에는 판권이 의심스러운 제품이 있어 이 난에 소개하기가 망설여진다.

아무튼 이제 막 정착한 새로운 매체에 대한 높은 기대, 그리고 고가의 소장용으로 출발한 점이 소비자의 입맛을 까다롭게 높여온 것이리라. 이같은 지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제품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승욱 감독의 '나비'(18세·팝엔터테인먼트아시아)는 3천장 한정판을 내면서 감독의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수록했고, 한국농아협회의 감수를 받은 청각장애인용 한글 자막 작업까지 했다.또한 오리지널 시나리오 책자와 오리지널 프린트 컷을 서비스하며, 아마레이 케이스에다 하드 페이퍼 케이스로 이중 포장했다. 내용뿐 아니라 외양까지 신경을 써 소장 욕구를 높인 경우다.

얼마 전 워너사에서는 DVD 타이틀을 보관하는 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는데, DVD 케이스로 벽을 장식하는 안까지 나왔다. DVD가 전집류로 책장을 채우던 지적 허영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브에나비스타사의 '진주만' 디렉터스 컷이 대표적인 경우로,2차 세계대전 당시 장교들 휴대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고졸한 패키지 디자인이 여간 탐나지 않는다. 전량 수입한 한정판 고가 제품이라 구입이 힘들지만.

내용 못지 않게 외장에 끌린 제품으로 다음미디어사의 '화양연화'(15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양철북'에 이어 '화양연화'도 디스크 사이즈에 꼭 맞춘 네모난 양철 케이스를 택했다. 양철 필통을 쓰던 옛 시절이 연상되면서 영화 속 1960년대, 은밀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거기에다 디스크에 아름다운 문양을 집어넣어 꺼내들 때마다 애장품을 만지는 기쁨이 더해진다. 내용도 알차다. 두 개의 디스크에 감독과 배우의 코멘터리를 풍부하게 담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해설서까지 첨부했다. 너무나 매혹적이었던 장만옥의 의상을 따로 소개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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