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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언론이 분석한 쓰나미 의연금 봇물 터진 10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쓰나미 구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의연금이 봇물 터진듯 쏟아지고 있다.UN 얀 에겔란트 인도지원담당 사무차장이 "세계가 하나 된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영국의 경우 민간 자선단체들이 사건 발생 이틀만에 600억원을 모금했다.당초 20억원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가 깜짝 놀라 지원액을 두 배로 늘렸다가 다시 50배인 1000억원으로 늘렸다.민간 모금은 5일 20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과 호주,스칸디나비아 3국 등 다른 서구 선진국들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이례적인 자선규모의 배경은 무엇일까.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이 분석한 이유를 10가지로 정리했다.

1.참사가 크리스마스 직후에 터졌기에=크리스마스는 서구인들이 기독교의 이웃사랑을 가장 깊이 되새기는 날이다.마침 쓰나미가 발생한 26일은 영국에서 '복싱 데이(Boxing Day)'라는 공휴일이다.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자신을 도와준 주변 사람,특히 청소부나 신문배달부와 같은 어려운 형편의 이웃에게 감사의 정을 나눠주는 날이다.

2.참사의 규모가 충격적이었기에='쓰나미'라는 말조차 생소한 자연현상인데 순식간에 방대한 지역에서 수만명이 희생됐다.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희생돼 충격이 컸다.

3.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사건이기에=특별히 테러리스트나 독재자 등 사악한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 아니었기에 누구나 편견 없이 기부금을 낼 수 있었다.체첸 반군에 의한 베슬란 학교 인질극 참사나 북한 용천 참사와 관련된 의연금은 거의 없었다.

4.연말에 터졌기에=연말은 흥청망청 돈을 쓰는 때.크리스마스 직후부터 시작되는 세일 기간은 쇼핑 홍수 기간이다.그렇게 돈을 써대는 와중에 참사가 터졌기에 누구나 "얼만 안되는데…"라며 자선에 선뜻 나설 수 있다.

5.유럽인이 호감을 지닌 지역이기에=인도양 주변 지역은 대개 2차대전 이전 유럽의 식민지였으며,독립 이후에는 유럽인의 휴양지로 좋은 이미지를 지닌 곳이다.특히 북유럽인들은 태양빛이 넘치는 남아시아를 천국인양 가고싶어 한다.

6.언론이 자국 희생자들을 집중 조명했기에=마치 쓰나미의 희생자가 자국 동포인줄로 착각할 정도였다.많은 유럽인이 연말 휴가를 맞아 놀러갔다가 피해를 입자 서구 언론들은 현장에 있던 자국민들의 구사일생 탈출기와 애잔한 사연을 연일 보도했다.인도네시아 어부나 스리랑카 농부가 서구 언론에 나온 일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7.디지털화로 기부금 송금이 간단했기에=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기부를 마칠 수 있었다.그래서 과거와 달리 교회 등을 통한 단체 기부금보다 개인별 기부금이 훨씬 많았다.

8.남아시아인들이 유럽에 많이 살기에=인도를 비롯한 피해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기부활동을 선도했다.이들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참상을 알리고 모금을 하기도 했고,자신들의 가게에 모금통을 만들어 두고 기부를 호소했다.

9.연휴기간 중이었기에=정치인이나 관료들이 TV에 등장해 자선을 호소하는 등의 강요된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오히려 상황파악이 늦었던 영국 정부가 사건 직후 100만 파운드(20억)을 내놓겠다는 째째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거꾸로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자극했다.

10.신(神)의 뜻이라는 생각에=참사의 스케일이 워낙 방대했기에 이를 하느님의 뜻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낳았다.참사 자체를 신의 경고로 받아들이고,희생자를 돕는 것이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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