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럽 등 "이득 많다" 관심 국제 컨소시엄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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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앞으로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의 화두는 '국제 컨소시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두 철도간 기술 격차 문제 해소, 다시 말해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위해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북한에 공식 제안했기 때문이다.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다.

우리 정부도 북한 철도의 개·보수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 컨소시엄에 의한 지원이 가장 현실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이 재정 형편상 수십억 달러가 들어갈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을 도맡기 어려운 데다 남북, 러 3자로 하면 우리에게 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TKR-TSR 연결로 남북, 러 3자외에 혜택을 보는 나라들이 한둘이 아닌 점도 국제 컨소시엄 구성의 가능성을 낳게 한다.

일본이나 유럽은 해상 운송보다 수송 시간이 짧고 비용이 싼 TKR-TSR 운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TKR, TSR와 연결돼 있는 중국(TCR)과 몽골(TMGR)도 마찬가지다.

대북 경수로 공급을 맡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이어 대북 철도 지원 국제 컨소시엄이 구성될 여건은 조성돼 있는 셈이다.

요체는 북한이 국제 컨소시엄 구성의 선결 과제인 남북 철도 연결에 팔을 걷어붙일지 여부다.

이 문제를 다루는 27~30일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2차회의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측은 23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측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경의선이나 동해북부선 연결 작업에 나서면 국제 컨소시엄 구성 문제는 탄력이 붙을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철도전문가 2백여명을 동원해 북한 철도에 대한 정밀 검사를 마친 상태다.

러시아 측은 이 조사에서 화물열차의 속도를 현재 시속 30~40㎞에서 60~80㎞로 끌어올려 상업성을 갖추려면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며, 그 비용이 20여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북한 철도의 상업성 확보를 위해선 대북 전력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전체 철도망(5천2백14㎞)가운데 79%가 전철화 구간인데 전력난으로 운행률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 철도 연결에 나서면 국제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TKR-TSR의 상업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컨소시엄 구성에는 북한도 반대할 가능성이 작다.

특정 국가의 북한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고, 또 남북 철도 연결에 따른 안보 불안감도 떨칠 수 있다.

북한 군부는 남북 철도 연결과 관련, 휴전선이 북상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대북 철도지원 국제컨소시엄의 가시화 여부는 경추위에 임하는 북한측 태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들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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