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엘니뇨 '겹 재앙'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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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1998년 여름 중국 양쯔강 대홍수로 3천여명 사망. 이재민 2억5천만명 발생.

#2000년 1월 인도 아열대 지역에 영하 10도의 한파가 닥쳐 3백여명 사망.

#2000년 7월 유고연방의 수도 베오그라드 43.5도 기록.1백14년 만의 폭염.

#2002년 여름 중부 유럽 1백년래 최악의 홍수.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시대가 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폭우·홍수·가뭄·한파·폭염 소식이 들려온다. 과연 지구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서울대 강인식(지구환경과학부)교수는 "97~98년 엄청난 엘니뇨 현상이 일어난 뒤 기록적인 기상이변이 계속해 일어나고 있다"면서 "온난화에 엘니뇨가 겹쳐 이변이 계속 터지는 것으로 추측할 뿐 정확한 인과관계는 전세계 기상학자 중 누구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가 계속돼 해양과 대기가 가진 에너지가 커지면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쏟아내야 하는데 그것이 폭우·태풍·폭염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97~98년 기록적인 엘니뇨 현상이 일어나 그 뒤부터 기상이변이 잇따라 일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엘니뇨란 적도 부근 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1도만 높아져도 대기와 해수의 흐름을 바꿔 지구 곳곳에 폭우와 가뭄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해에는 해수의 평균 온도가 무려 4도까지 올라갔던 것.

기상청 박정규 기후예보과장은 "5년 전 발생했던 엘니뇨의 영향이 가시며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이변이 덜 일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얼마 전부터 페루 앞바다에 엘니뇨의 조짐이 보여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엘니뇨와 관련해 세계 최고의 예측 능력을 가진 우리나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는 약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다. 올 1월 미국의 국립해양기후국은 봄에 엘니뇨가 일어날 것이라고 떠들었으나 우리 기상청은 아니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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