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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지원관실 ~ 청와대 ‘비선 라인’ 정황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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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과 청와대 간의 이른바 ‘비선라인’과 관련된 정황을 확보해 이를 조사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연루 의혹을 다음 주부터 본격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최근 지원관실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제3의 인물’인 고용노동부 출신 진경락 지원관실 총괄과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지원관실 내부에서 중요 사건에 대한 지시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진 과장은 이영호 전 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윤리지원관실이 생기면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당시 이 전 비서관이 지원관실과의 업무연락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지원관실에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진 과장이 중요 사건 조사 내용을 총리실 공식 라인이 아닌 이 전 비서관에게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 과장은 당초 지원관실 직제를 알아보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그의 역할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지원관실 관계자들은 “진 과장이 지원관실에서 ‘실세’로 불릴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며 “그의 배경에 이 전 비서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진 과장은 직제상으로는 서무·행정 담당이었지만 사실상 지원관실 내 모든 팀에 직접 조사 지시를 내리고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진 과장이 내부용이 아닌 별도의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지원관실 내부에서는 그 보고서를 청와대 보고용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본지는 진 과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인규 전 지원관 등에 대한 1차 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비선라인’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원관실 관계자로부터 “2008년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지원관실 워크숍에 이영호 전 비서관이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다음 주 초 워크숍에 참석한 지원관실 직원들을 소환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2008년 9월 지원관실 점검1팀이 “김종익(56)씨가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정원 행장도 다칠 수 있다”며 압력을 가했다는 진술을 국민은행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했다. 당시 김씨는 국민은행 측의 요구로 대표직을 사임하고 회사 지분을 헐값에 팔았다. 그러나 점검1팀 직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실무자만 영장 기각=서울중앙지법 황병헌 영장전담 판사는 23일 이인규(54) 전 지원관 등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실시한 뒤 이 전 지원관과 김충곤(54) 점검1팀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모(48) 조사관에 대해선 “팀원으로서 지시에 따른 점을 참작할 때 구속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지원관 등에 대해 강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이철재·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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