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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男 우울증 취미·운동으로 당당히 맞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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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당신의 사추기(思秋期)는 안녕하십니까'.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이 크게 늘고 있다. 사춘기에 이어 일생에서 가장 큰 생리적·심리적 변화를 겪는데다 경제적 불안이 닥치고 사회 및 가정에서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중년 우울증의 특징=정신과에서 우울증은 감기에 비유한다.그만큼 흔한 질환이라는 것.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8.6%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로기(45~65세)에 처음 발생한 우울증은 격월(激越)우울증이라고 부른다. 아동기의 우울증은 등교 거부나 공격적 행동·비행으로, 청년기의 우울증은 무기력·무감각·약물남용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초로기 우울증은 행동이나 증상부터 다르다. 불안·초조·고민이 많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방안을 서성거리거나 머리를 쥐어뜯고,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움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피해망상에도 곧잘 빠진다. 모든 잘못을 '자신의 무능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재산 등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암 등 불치병에 걸려 어떤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고 믿어버린다.

신체적으론 불면·머리가 무거움·두통·어깨 결림·현기증·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상실감이 우울증 부추겨=중년 남성의 우울증은 체력 저하와 더불어 구조조정 사회에서 사회적 역할을 상실할 위기가 겹침으로써 생긴 현대병이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과거 농경시대 땐 농토를 지배하는 중년 남성이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체력 저하가 오더라도 사회적 지위를 상실하지는 않아 현대사회 중년 남성보다는 마음 편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구조조정과 정보화 사회는 중년 남성에게 발빠른 신지식과 정보 흡수를 요구하지만 힘에 부치는게 사실이다.

연세대의대 정신과 고경봉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엔 그나마 정년을 마친 환갑 때쯤 느끼는 사회적 지위 상실감을 최근엔 대부분 40· 50대에 겪는다"고 밝힌다.

가정도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대개 자녀들의 대학 진학, 결혼 등을 앞두고 경제적 지출이 증가한다. 부모도 연로해지면서 경제적·정신적 의존도가 커지고 병 뒷바라지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부인이 남편을 신경써서 챙겨줄 여력도, 마음도 별로 없어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한오수 교수는 "중년 여성 역시 갱년기를 맞아 심신의 변화를 겪으면서 이제부터라도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또한 중년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보다 남성화되면서 자기 주장도 강해지고 드세진다.

◇중년 우울증 극복하기=중년 남성들은 적극적인 사고로 대처해야 한다.

<표 참조>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이동수 교수는 "우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종류건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찾아야 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의 동호회 등에도 적극 참여하는 게 좋다.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저하되는 체력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는데도 일상생활이 나날이 위축되면서 우울감이 심해지면 전문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보건사회연구원 남정자 박사는 "저소득층·결혼위기 가정·이혼 가정 등 고위험 그룹의 사람들을 관리하고 위기상담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응급 상담시설·24시간 위기상담전화 설치 등이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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