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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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은행이나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가 증권사 인수에 나섰다.특히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빅4'로 부상한 국민은행·우리금융·하나은행·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미 굿모닝증권을 인수, 신한증권과 합친 굿모닝신한증권을 출범시켰다. 도기권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3년 안에 외형과 수익 규모에서 업계 빅3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증권을 거느린 우리금융지주는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주춤한 상태. 하지만 지난 2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윤병철 회장이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하반기에도 대우증권 인수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시장점유율 5% 이상의 증권사'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증시에는 하나가 인수할 예정인 서울은행이 지분 13.8%를 보유하고 있는 교보증권을 하나증권에 합치고, 교보증권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과 하나은행이 보험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하나은행측은 "교보증권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컨설팅회사로부터 증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받고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예금보험공사 손에 들어간 대신생명보험을 인수해 대신증권 지분(7.42%)을 확보한 뒤 시장에서 주식을 더 사들여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감독위원회와 푸르덴셜이 벌이는 현대투신증권 매각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민은행이 인수에 나설지 모른다는 추측이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金행장도 "국민은행이 투자하는 금액의 25% 정도를 매년 이익으로 내야 투자가치가 있다"며 "현재 국내에는 그런 자격을 갖춘 증권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행장이 전산통합이 끝나는 9월 이후에는 증권사 인수를 위한 물색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 앞으로도 여러 증권사의 인수후보로 거론될 전망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시너지 효과다. 합병을 통해 전산투자비용과 관리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고객정보를 공유하고, 은행 지점을 통해 고객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합병을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대형 증권사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리는 유인책을 쓰겠다"며 "수수료 수입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일류 증권사 중에는 합병 없이 스스로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곳도 있고, 일부는 통합해 이를 만들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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