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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국가대표 오락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아스테릭스는 프랑스 '국민 만화'의 주인공이자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이다. 로마군도 감히 정복하지 못했던 골족(族)마을의 영웅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의 재기 넘치는 모험을 그린 이 만화는 1961년부터 지금까지 31권의 시리즈가 출간돼 전세계적으로 3억권 넘게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는 이런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은 꽤 볼 만한 오락영화다. 99년에 발표된 '아스테릭스'의 속편인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개봉 후 7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면서 1천5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영화를 보면 프랑스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은 두 가지 의미에서 완전히 깨진다. 하나는 자존심 운운하는 프랑스답지 않게 할리우드식을 고스란히 따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볼거리와 유머를 적절히 배합한 튼실한 짜임새로 오락영화의 사명을 다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갈라진다. 제작비 3억프랑(약 6백억원)이라는 규모도 규모지만, '와호장룡''매트릭스'등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을 패러디하고 배우들이 리샤오룽(李小龍)의 포효를 흉내내는 대목에 이르면 이 영화가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사실이 도통 실감나지 않는다.

영화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모니카 벨루치)가 로마 황제 카이사르(알랭 샤바)에게 이집트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석달 안으로 호화판 궁전을 완성하겠다고 장담하는 데서 시작된다. 건축가 누베로비스(자멜 드부즈)는 악어밥이 되는 것을 면하기 위해 아스테릭스(크리스티앙 클라비어)와 오벨릭스(제라르 드파르디유)를 데려온다. 마법사 파노라믹스가 만든 물약으로 일꾼들이 보통 사람보다 열배의 힘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클레오파트라의 의상 9벌에 5천여개의 진주가 사용되는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연출·연기·극작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재주꾼 알랭 샤바가 감독·주연했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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