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좋은 先例 남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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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부터 이틀간 장대환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바로 앞서 장상 총리지명자 인준안이 부결돼 이번엔 무리없이 지날 듯했지만 張지명자에 대한 의혹이 잇따르면서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인준안이 거푸 비토되는 데서 올 국정 공백·혼란에 대한 우려 이상의 법적·도덕적 시비를 일으킬 내용들도 적지 않다.

의원들이 지적하듯 그에 대한 의혹은 장상씨보다 규모도 크고 아직껏 지명자 측의 해명은 미흡하다. 이미 거론되고 있는 거액의 은행 대출건과 관련된 의혹을 비롯, 강남학군 진학을 위한 자녀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張지명자의 발목을 잡을 법하다. 일각에선 은행 대출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 사실이 분명해질 경우의 처리를 놓고 고심할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긴박한 여야 대치정국은 張지명자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인준 열쇠를 쥔 한나라당은 병역비리 의혹 수사를 '구여권'의 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인준과의 연계도 고려 중이다. 한나라당으로선 張지명자가 이회창 후보의 동생과 공동명의의 별장을 가지고 있는 데다 그가 대표로 있던 매일경제신문 간부들이 한나라당을 방문했던 사실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공으로 나올 수도 있다. 또 여성단체들은 장상씨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성차별 소산이라며 동일한 엄정 잣대를 촉구하고 있다.

張지명자는 위장전입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면서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사과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번 지명자와 달리 진솔함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우리는 이번 청문회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옳고 그름을 제대로 따지는 청문회가 되길 기대한다. 한나라당이 병풍에 상한 감정을 청문회를 통해 분풀이를 해서도 안되고 작은 문제로 인간 전체를 매도하는 인민재판식도 금물이라고 본다. 두차례 실험을 거쳐 청문회의 좋은 모델을 남긴다는 의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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