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불법 계좌 100여 개 … 미, 동결 조치 이미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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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 추가 금융제재 조치에 이미 착수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21일 전했다. 소식통은 “미 재무부와 정보당국이 지난해부터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어기고 북한의 무기수출 대금을 예치해온 해외은행 계좌들과 북한 지도층의 사치품 구입 대금이 결제된 계좌 등 200여 개를 추적 끝에 발견했다”며 “미국은 이 가운데 불법 혐의가 분명한 계좌 100여 개를 해당 은행에 통보해 자금을 동결시키는 조치에 이미 착수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불법자금이 예치된 은행은 동남아·남부 유럽·중동의 10여 곳으로, 은행마다 수개에서 수십 개의 계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미국의 관계당국이 해당 은행에 ‘특정 계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통보하면 은행이 조용히 자금을 동결하는 방식이라 외부에 노출되기 힘들 것”이라며 “문제의 계좌 예치금은 김정일 정권 통치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어 북한 지도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최소한 6월 이전에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문제의 계좌는 불법 무기 판매·마약 거래 등으로 번 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위조지폐 및 돈세탁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의 이번 추가 금융제재는 2005년 (북한의 불법자금 계좌가 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처럼 특정 은행을 ‘돈세탁 기관’ 등으로 공개 지목해 북한 계좌를 스스로 동결하게 하는 방식보다는 특정 계좌를 조용히 동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 단행 배경에 대해 소식통은 “북한이 천안함 도발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미국의 ‘천안함 처리’의 최종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대북 패키지 제재 2주 내 발표”=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돈줄이 되는 각종 불법활동을 막기 위한 제재 패키지가 2주 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밝힌 대북제재 내용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북한의 (핵) 비확산에 집중해 왔다면 이젠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공급하는 불법활동에 대해 공격을 가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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