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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환경신호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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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속가능한 지구 미래는 과연 가능한가?

26일부터 9월 4일까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가 열린다. 1992년 리우선언과 의제21을 채택한 리우회의 이후 10년을 맞아 그간 인류의 삶과 지구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돼 왔나를 살펴본다. 각국 대표가 참여하는 세계정상회의뿐만 아니라 세계 6만여명의 비정부기구들이 참여하는 세계시민포럼이 동시에 열린다.

지난 10년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위한 모두의 노력과 열매를 자랑하며 한바탕 축제를 벌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구 미래를 생각하면 절망스러울 정도로 많은 도전과 장애가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은 경제적 부의 상징인 양적 생산과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했지만, 다수의 시민이나 개도국은 빈부격차와 빈곤이 심화하고 국가간의 불평등이 커져감을 느끼고 있다.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보복전쟁 등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아 평화를 위협함은 물론 무고한 시민들이 생명을 잃고 빈곤의 무게는 늘어간다. 자원낭비적인 소비패턴은 한정돼 있는 자원을 고갈하고 미래세대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경제성장 위주의 개발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어 환경보전과 분배의 형평성, 현세대와 미래세대간의 형평성,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공존이라는 큰 원칙과 가치를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 정책의 밑그림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발표한 '한국 환경질 10년 변화에 관한 환경신호등 보고'에 따르면 28개 지표 중 현 상황을 경고한 적색신호가 무려 13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황색지표가 6개나 된다. 화석연료의 지나친 소비와 이미 포화상태를 넘긴 자동차 증가로 인한 오존오염으로 시민 건강은 위험 수위에 와 있다.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댐 보유도 세계 7위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키우고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장애인·이주 노동자·실업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녹색신호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쓰레기 배출량이 줄고 재활용률은 높아졌다. 비료사용량이 줄고 환경농산물은 늘어난 것은 아주 긍정적이다. 환경·인권·경제정의·성평등·평화·정치민주화 등 우리 사회의 공익과 공공성을 높이는 데 한몫하는 시민단체들의 성장, 시민들의 사회참여도 성숙하고 있다.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은 그동안 주요 정책입안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온 여성·청소년·장애인·빈민·노동자·농민·지역주민·시민단체들의 주체적 참여에 달려 있다.

빈곤퇴치를 위한 생태부채 해결, 공적개발원조금의 증액,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국제 무역·금융기구의 체질개선, 다국적기업의 책임강화 등 이번 세계정상회의는 많은 의제를 안고 있다. 이들 의제의 이행계획은 물론, 한국 사회의 실천적 행동계획이 빈곤국이자 야생의 나라 요하네스버그에서 충분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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