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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자원 고갈 : 51개국 '물 분쟁'소용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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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르단강은 시리아와 레바논에서부터 갈릴리 호수를 지나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선을 이루며 사해(死海)로 흘러들어간다.

폭이 한강의 수십분의1에 불과한 작은 강이지만 중동의 사막지대에선 '생명수'와도 같다.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 중동분쟁의 배경에는 이 요르단강을 둘러싼 다툼도 작용하고 있다. 수자원의 30%를 갈릴리호에 의존하는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지역의 지하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 물 분쟁은 리오그란데 강의 농업용수를 놓고 10년째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처럼 우방 간의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식수 수출 가격을 두고 으르렁거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집트·수단·우간다 등 아프리카 8개국이 휘말려 있는 나일강 분쟁은 훨씬 더 분위기가 험악하다.

월드워치 연구소의 산드라 포스텔은 지난해 '포린 폴리시'에 발표한 논문에서 "5개 대륙 17개 강 유역의 51개 나라들이 심각한 물 분쟁 위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이 1996년 "20세기의 전쟁이 석유 쟁탈전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물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것처럼 물 분쟁이 도처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물의 총량은 약 14억㎦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淡水)는 0.01%에 불과하다. 그나마 삼림 파괴와 사막화의 영향으로 강·호수의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뭄 피해는 해마다 더 심해지고 있다. 수질 오염으로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이보다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반면 물 사용량은 인구 증가와 개발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40%가 증가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수자원의 지역 편중이 심화하면서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르는 강물의 적절한 배분을 둘러싼 분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클라우스 퇴퍼 유엔환경계획(UNEP)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세계인구의 4분의1 가량인 11억명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 한 해 동안 물 부족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백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 부족으로 예상되는 더욱 심각한 결과는 농작물 수확 감소로 이어져 식량위기가 닥치는 것이다.

미국·중국·인도 등 대규모 농업지역의 지하수면이 갈수록 낮아져 농업용수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농업 용수 사용량이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물 부족에 따른 재앙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닷물의 담수화▶빗물 이용▶인공 강우 등 기술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 혁신적인 기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예영준·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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