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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공포 활용 상품’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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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뒤숭숭한 금융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까. 요즘 월가에선 ‘공포’를 활용한 신종 상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PIMCO)가 이른바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에 대비한 펀드를 출시한다. 시장에 예상치 못한 급락이 일어날 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펀드다.

핌코뿐만이 아니다. 도이체방크는 파생상품을 활용,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변동성이 커질 때 오히려 수익이 나는 상품을 내놓았다. 또 씨티그룹은 연기금 투자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짜주는 부서를 최근 신설하고 전문가도 영입했다.

블랙 스완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유행시킨 용어다.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것처럼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 큰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가리킨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블랙 스완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건 유럽 재정 불안 여파로 지난 5월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하루 새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지고, 유로화가 급락하는 등 소동이 빚어진 여파다. 비관론자들 사이에선 급증한 정부 부채, 그리고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자산 거품 붕괴 가능성 등이 블랙 스완을 출현시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재앙’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극단적인 시장 약세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의 가격은 최근 2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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