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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시간 딴짓… 상부엔 "일손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1일 오후 1시30분 근로복지공단의 한 서울시내 지사 고객상담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5개의 상담창구 중 한곳에만 직원이 눈에 띈다. 찾아오는 상담객이 없어선지 영어문법책을 들여다보고 앉아 있다.

바로 뒤 책상에는 남자 직원 한명이 엎드려 잠을 자고 있고, 고객상담실장은 컴퓨터에 소설을 띄워놓고 읽고 있었다.

산재·고용보험 가입권유 업무 등을 담당하는 징수1, 2부는 직원들의 무더기 휴가로 자리가 절반 가량이나 비었다.

담당 부장은 "얼마 전 산재보험이 5명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일이 많아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로 없다"고 했다.

이 공단은 최근 노동부에 ▶2국 5부를 신설하고▶직원 수도 4백60여명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유는 "산재보험 관리대상 사업장이 30만개에서 80만개로 두배 이상 늘어났으나 인력이 증원되지 않아 업무과중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동부의 담당국 관계자는 "요청사안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인력수급에 대한 용역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역시 노동부 산하의 산업안전공단도 충청 등 3개 지역본부를 신설해 달라고 증원을 요청한 곳.

이유는 '지방노동청과의 연계 강화 및 권역별 산재 위험요인 예방 추진'이다. 아무래도 별로 절박해 보이지는 않는다. 5개 지사와 3개 부의 신설을 요청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측은 딱 부러지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관계자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부서의 신설을 요청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산업자원부·환경부 등 다른 부처의 산하단체들도 최근 조직확대 및 인력증원에 앞다퉈 나서 있다.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 등으로 인력이 계속 줄기만 하고 신규 채용을 못해 일손이 달린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지만 해당 부처에서는 부정적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한편에선 놀고, 한쪽에선 과로하는 것이 산하단체들의 근무실태"라면서 "부족한 일손을 남아도는 인력으로 보충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상급부처에 요청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최근 산하단체들의 몸집 불리기가 줄을 잇는 것은 차기 정권의 구조조정에 대비해 가능한 한 몸집을 불려 놓으려는 정부 각 부처의 눈감아 주기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임봉수·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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