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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DTI 규제 풀어야” 재정부 “완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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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제부처 장관들은 매주 화요일 보안이 철통 같은 청와대 서별관에서 만난다. 경제금융점검회의다. 평소 비밀로 운영돼 논의 내용이 잘 노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20일 회의는 달랐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논의한다는 사실이 미리 알려져 눈길이 쏠렸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해야 했다. “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경제부처 장관의 입에서도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결론 못 냈습니다. (저쪽이) 세게 나오네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작정한 듯 경기를 옥죄고 있는 DTI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값이 오를 때 묶기 시작한 부동산 규제는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시기엔 푸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금융도 온전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민에게 빚 내서 집 사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이냐”며 ‘과감한 완화’는 어렵다고 맞섰다. DTI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현행 규제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장관은 미세 조정의 여지는 남겨 두었다. 다만 국토부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22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안건으로 올리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있었다. 김 대변인은 “의제로 다루기에 적합한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각 부처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으므로 충분히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관계부처는 한 차례 더 장관회의를 열어 다시 이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규 주택 입주자의 옛 집을 사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데는 국토부와 금융당국 간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마련한 규제 완화 방안에는 ▶주택금융공사의 DTI 특례보증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비(非)강남3구 지역에 한해 최대 10%포인트 높이고 ▶DTI 완화 특례 조치 적용 충족 조건인 전용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 중 6억원 이하 조항을 삭제하며 ▶DTI 특례 조건에 맞는 주택을 살 때는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주는 기준인 부부 합산 4000만원 이하 조건도 완화하는 것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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