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스르기 나선 민주당 分黨 막고 ―韓 동맹 유지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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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전격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조건부 신당 참여'라는 절충안이 후보의 새로운 카드다. "정면돌파·정면승부·정면대응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일종의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신당추진의 가장 큰 장애이던 후보 측이 입장을 급선회함에 따라 후보와 신당파의 대치상태에도 일단 접점이 마련됐다.신당논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은 치열히 전개되겠지만 분당(分黨)이란 최악의 상황은 유보될 전망이다. 당장 '신당성명'을 추진하던 비주류 송석찬(宋錫贊)의원은 "후보가 신당창당에 공감한 만큼 서명 및 성명발표는 일단 보류"라고 말했다.

후보 측의 급선회는 명분보다 현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신당론자들이 당내 대세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8·8 재·보선에서도 무력하게 주저앉음에 따라 확산되는 신당론을 봉쇄할 둑은 이미 무너져내린 상태다. 세(勢)가 불리한 상황에서 정면충돌이 벌어지면 후보도 파국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한화갑(韓和甲)대표 측의 장악력이 커진 것도 후보의 변화된 입장을 이끌어낸 계기다. 韓대표는 비주류를 신당론으로 묶어냈고, 한나라당과의 전선을 주도하면서 장악력을 키워왔다.

이는 후보에게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해 왔다.'-韓동맹'이 깨지는 것은 양쪽에 모두 치명적인 만큼 韓대표의 집요한 설득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간을 벌고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계산이 포함됐을 수 있다.

후보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조건부 신당참여 입장을 밝히면 공은 반노파(反派)에 넘어간다. 후보 측이 한걸음 물러서면서 길을 열어줬는데도 반노파가 후보의 제안을 거절하며 사퇴 압박을 계속할 경우 후보로선 새로운 반격논리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신당에서의 새로운 경선요구가 결국은 자신을 낙마시키려는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던 후보는 몇가지 '안전판'을 마련했다.

국민경선 방식의 대선후보 선출과 시한설정이다. 8월 말까지는 정몽준(鄭夢準)의원이든 이한동(漢東)전 총리든 거취를 정하고 신당 후보로 나서야 하며, 자신과 국민경선을 해 9월 하순까지는 신당의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나 이인제(仁濟)의원 측은 "신당 창당 후 10월 정도에 새 대통령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에 후보를 선출하면 절차가 복잡한 국민경선은 어렵다. 결국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후보를 뽑자는 얘기다. 宋의원도 "깨끗이 사퇴해야 할 사람이 조건을 내걸다니 말도 안된다. 신당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펄쩍 뛰었다.

반면 후보 정무특보인 천정배(千正培)의원은 "두가지 원칙을 물러설 수 없다는 후보의 생각은 바위처럼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런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후보가 전권을 쥔 대선 선거대책위 체제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는 게 후보 진영의 중론이다.

후보 진영과 반노파는 결국 신당의 후보경선 방식과 정치일정에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것 같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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