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여전한 상가임대차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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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상가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과 연간 임대료 인상률 등을 정한 시행령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법을 둘러싼 말썽은 여전해 오는 11월 시행을 코 앞에 두고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정부 시행령안은 최근 실시한 임대료 실태 조사를 토대로 수도권은 1억6천만원, 기타 지역은 9천만원 이하로 지역마다 차이를 둬 법적 보호 대상의 상한을 정하고 있다. 이에 세입자들과 시민단체는 실태조사가 현실을 왜곡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세입자의 하위 80%만 보호해서는 서울 도심의 상가 세입자는 대부분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시행령안에는 또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하는 기준 금리를 12%로 잡았으나 현실에선 24%까지 적용하는 경우도 흔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상가 임대차법은 졸속 입법으로 시작부터 시비를 자초했다. 지난 봄에는 법 시행 후 5년 동안은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다는 오해가 벌어져 한차례 임대료 폭등 현상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호상한액이 알려지면서 일부 상가 주인들은 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호 상한액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려 해 분쟁을 빚고 있다 한다. 한번 잘못된 정책이 두고두고 얼마나 후유증을 낳느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단 시행을 눈 앞에 둔 이상 정부는 공청회 과정에서 폭 넓게 여론을 수렴, 합리적인 조정안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불가피하게 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사후 처리를 위한 제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상가 임대차법처럼 말썽 많은 문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 시장에 맡기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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