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600~650이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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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天水畓)증시'가 닷새째 계속됐다. 하늘은 미국 증시고, 가물어 논 바닥이 갈라지는 곳은 국내 증시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앞으로 종합주가지수가 650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고, 미국 경기에 따라 580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98포인트(0.29%)내린 673.78로 마감, 이틀째 연중 최저치 기록을 세웠다. 코스닥시장도 주식을 팔아대는 외국인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날보다 0.81포인트(1.46%)떨어진 54.43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초반 종합주가지수는 그동안 주로 주식을 사왔던 개인들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행진에 동참하면서 6백60선을 위협했다.

전날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미국 증시까지 하락한 것이 투자 심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하루 규모로는 사상 최대의인 순매도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그러나 옵션 만기일(8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3천5백계약을 넘어서면서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증시 영향력이 큰 대형주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도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포스코·삼성SDI·LG전자 등이 2~5% 떨어진 반면 SK텔레콤·국민은행 등은 올랐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합병의 기대감이 반영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정작 하나은행은 5.4% 내렸다.

코스닥시장도 외국인들이 2백1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사흘 연속 주식을 팔았으나 개인들이 이를 소화하면서 소폭 내렸다. 의료정밀기기와 통신·방송서비스 업종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경영진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롬기술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한글과컴퓨터·다음 등이 덩달아 뛰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가가 언제까지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종합주가지수 600~650을 바닥으로 보고 있다.

<표 참조>

미국 증시의 불안과 마땅한 반전 계기나 매수 세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특히 UBS워버그 등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등 시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워낙 미국 시장의 영향이 큰 만큼 미국 기업의 3분기 실적이 가시화할 8월 말이나 9월 초께 장기적인 주가 흐름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스닥 시장은 거래소 시장 흐름을 쫓아갈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실장은 "외국인들의 매도가 가장 큰 걱정거리인데 이달 중순부터는 매매 패턴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섰고▶미국 시장의 주가 거품이 상당히 빠졌으며▶미 기업 실적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결국 이번주를 고비로 국내 증시가 조금씩 살아 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반등을 이끌 만한 계기가 없어 보인다"며 "미국이 좋아지지 않으면 국내 경기 확장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LG증권은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다면 580까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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