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김대업 유착설 새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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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이 김대업(金大業)씨와 민주당 간의 유착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특히 병풍(兵風)을 주도한 민주당 천용택(千容)의원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千의원은 6·13선거 직전 金씨와 점심식사를 한번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나라당은 둘의 관계가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모 주간지 기사를 근거로 "98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千의원이 金씨의 비리를 면책해 주기로 하고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에 참여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 이재오(在五)단장도 "전과기록을 조회한 결과 의정부사관이던 金씨가 87년 병역 비리와 관련, 40여명의 공문서를 변조한 죄로 실형을 받아 이등병으로 불명예 제대한 사실이 누락돼 있다"며 "千장관이 해줬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백승홍(白承弘)의원도 "金씨가 소년원·삼청교육대도 다녀왔다는데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金씨가 고소장에서 "98년 한 중령이 국방부장관(천용택)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건군 이래 최대의 병무비리 수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 대목이나, 지난 6월 千의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제출한 '병풍(兵風)' 관련 보고서 내용, 그리고 千의원이 金씨를 특보로 임명하려 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아울러 98년 이후 金씨의 재산(아파트·자동차·식당)이 크게 늘었다는 점,그리고 그가 '양심선언'을 시작할 무렵인 5월 해외도피를 염두에 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도 유착의 정황증거로 삼았다.

진상조사단이 이날 金씨 집이 있는 대구에서 현지조사한 결과 2000년과 지난해 金씨 부인은 자신의 명의로 26평 아파트(시가 1억2천만원 상당)와 자동차(레조)를 구입했고, 식당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이를 모두 팔려고 내놓고 해외로 나갔다고 한다.단 부인만은 지난달 3일 귀국했다.백승홍 의원은 "주민들은 이전에는 金씨 가족이 사실상 무일푼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千의원은 "근거 없는 모략"이라면서 "서청원(徐淸源)대표 등 4명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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