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 아빠,함께 얘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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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5일 근무제로 이제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유가 있는 아버지들은 주말을 자녀들과 함께 보내며 대화가 모자라 쌓인 갈등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가난한 아버지나 농어촌의 아버지는 주5일 근무제 때문에 자칫 상대적으로 '더 나쁜 아빠'가 될 위험이 커졌다. 방학을 맞아 가깝게 있지만 흔히 감춰져 있어 느끼기 힘든 아버지의 사랑을 재발견하고, 아버지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 등을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참다운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나라 중·고생 다섯명 가운데 한명은 평소 아버지와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하루 평균 30분에 못미친다. 한마디로 아버지와 친함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아동학회와 한솔교육문화연구원이 학부모 및 중·고생 등 1만5천여명을 조사해 최근 펴낸 '2001 아동발달백서'의 내용이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닮거나 닮지 않으려는 역할 모델이 된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전달되는 아버지의 사랑은 건강한 자녀를 만드는 토양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참다운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자녀와 대화가 없지만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며 자녀 학교에서 바짓바람을 일으키는 아버지….

아직 우리 사회엔 이렇듯 전통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지극히 가정적이며 개인적인 신세대 아버지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

어느 편이 '더 좋은 아빠'일까? 일부 학자들은 자식에게 너무 달고 여리게만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 대신 소외계층과 다른 가정의 자녀들도 사랑하는 사회적인 모습이 담긴 아버지상을 제시한다.

대의명분을 위해선 거리낌없이 몸을 던지던 과거 아버지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아버지 상실 시대'의 빈 자리를 채우자는 의미다.

가정에선 한없이 좋게 느껴지지만 밖에서는 비리를 저지르는 등 비굴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아버지의 모순된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가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식이 훌륭한 관계를 맺기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본지 8월 2일자 45, 51면 등 참조).

◇혼자 또 함께

①아버지에 대한 현재 나의 느낌과 아버지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을 이미지를 각각 세가지 이상 적는다. 그리고 부자유친(父子有親)과 부자자효(父慈子孝)의 뜻을 아버지와 함께 풀어본다.

②아버지와 시간이 엇갈려 서로 대화할 틈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신문에서 관심이 가는 기사를 하루 한가지씩만 골라 '사랑의 대화장'에 스크랩한 뒤 그 밑에 아버지와 가족 각자의 느낌을 적는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일주일에 한번쯤은 가족이 모두 모여 사랑의 대화장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면 시사상식도 넓힐 수 있어 일석이조다.

③주말에 하루쯤 아버지와 자식이 역할을 바꿔보고,그 다음날 아버지의 직장에서 일일 체험하는 활동도 권한다.아버지의 직업세계에 대해 사전에 신문 자료를 검색해 알아두면 좋다.

④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키우는 이혼남,하지만 치료비가 없어 자신의 각막을 팔아서까지 아들의 병을 고치긴 했지만 정작 자신은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 그 처절한 부정을 그린 연극 '가시고기'가 산울림 소극장 무대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재공연된다. 이 연극은 작가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 (2000년·밝은세상)가 원작이다.

부자간에 갈등이 있는 가정이라면 원작 소설을 읽거나 연극을 함께 관람한 뒤 진정한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다.

⑤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www.fathers.or.kr)은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자녀와의 여행/자녀 칭찬/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보기/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보기/가족에게 편지 쓰기/부모님의 고향 함께 찾기/일주일에 한번 가족의 날 갖기/자녀에 대한 그림자 내조/약속 지키기 등을 들고 있다.

자식 입장에서 좋은 자녀가 되기 위한 조건을 10가지만 제시하고 실천한다.

⑥(중등 고학년 이상)사회적인 아버지의 모습도 중요하다. 아버지와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짜서 실천한다.

⑦(고등 이상)"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중략)/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중략)"

가족의 앞날을 염려하는 고독한 아버지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그 노고는 오직 자식들의 올곧은 성장으로 보상받을 수 있음을 노래한 김현승(金顯承) 시인의 작품 '아버지의 마음'이다.

이 시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드러낸 책을 한권 읽고, '나의 아버지상'을 주제로 1천2백자 안팎의 수필을 쓴다(반드시 전통적인 아버지 모습과 현대 아버지의 모습이 대비되도록 할 것).

이태종 기자

※도움말 주신 분=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일반사회교육)·정채기 한국남성학연구회장(chung1492@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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