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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유림의 고장 경북 북부:도산서원·병산서원·이육사 생가 등 선비의 뜻 품은 '文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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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퇴 계 이황(1501~1570)은 성리학을 꽃피운 조선시대의 대표적 학자이자 사상가다. 그의 사상은 한국학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4백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퇴계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곳에서 학문을 닦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써 서애 유성룡, 학봉 김성일, 월천 조목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배출시켰다.

이처럼 '한국학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안동은 조선시대의 건축상을 눈여겨 볼 수 있는 고택(古宅)은 물론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 등이 있는 '문화의 고장'이다.

영주에는 최초의 사액(賜額, 임금이 사당이나 서원의 이름을 짓고 그것을 새긴 편액을 하사함)서원인 소수서원(영주시 순흥면)과 화엄종의 본찰이자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영주시 부석면)가 자리잡고 있다. 봉화군으로 넘어가면 오전약수와 함께 젊은 시절 퇴계가 공부하던 청량산의 청량정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처럼 경북의 영주·봉화·안동지방은 국내 유교문화의 산실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곳이다.

지난해 중앙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경북 영주시는 서울에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특히 국내 최장(最長)터널인 죽령터널(4천6백m)을 지나게 된다. 풍기 나들목을 빠져 나와 소수서원까지는 승용차로 20여분 거리.

소수서원(사적 제55호)에 들어서면 5백년생 은행나무와 하늘로 쭉쭉 뻗은 울창한 송림이 서원의 역사를 말해준다. 바로 옆에 공사 중인 선비촌은 올 연말이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문의=관리사무소 054-633-2068).

소수서원에서 부석사까지는 다시 20여분 거리. 가는 길가에서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사적 313호)'을 만나게 된다. 벽화고분은 천장을 제외한 측면에 채색화가 그려져 있다. 입구 좌우에는 무덤을 지켜주는 장사상이 있다. 주간에는 항상 개방된다.

부 석사는 봉황산(8백18m) 중턱에 자리잡았다. 무량수전 뒤편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아래 바위와 붙지 않고 떠 있는 모양이어서 '뜬 돌(浮石)'로 불린다. 해거름에 바라보는 소백산 연봉의 전경이 가장 아름답다.

다음날 청량산 청량정사와 함께 퇴계 선생이 후학들에게 글을 가르친 도산서원,퇴계 종택(宗宅)을 둘러보면 된다. 종택에서 퇴계 묘를 거쳐 3㎞ 거리에 퇴계의 14대 종손으로 '청포도''광야'를 지은 이육사 시인의 생가가 있다.

도산서원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오천유적지는 안동지역에서도 가장 보존이 잘 된 고택이다. 광산 김씨의 종택을 옮겨놓은 곳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 고택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날은 영국여왕이 다녀가면서 유명해진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둘러본다. 하회마을 입구 주차장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 하회 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이 1시간 동안 펼쳐진다.

번잡스러운 것이 싫다면 병산서원을 찾아가라. 입교당(사진)에 잠시 앉았다 누각인 만대루(晩對樓)에 올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병산과 그 앞으로 흐르는 강을 감상하다 보면 우리 선조들의 '물아일체(物我一體·사물과 내가 하나)'사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성주풀이의 고향인 제비원과 안동의 얼굴인 이천동 석불상을 보고 봉정사를 찾아가면 된다. 봉정사 극락전은 내년 6월까지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관람할 수 없지만 이에 버금가는 대웅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감상할 수 있다.

안동시 문화관광과(054-851-6393)에서는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 등 관내 관광지에 대해 무료안내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전문 가이드가 관광객의 일정에 맞춰 동행한다.

이렇게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을 돌아보다 보면 '안동의 7월'은 이육사의 시처럼 따가운 햇살 속에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간다.

글=김세준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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