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서리인사청문회]여론 부정적인데 여성표는 의식되고… 한나라 "인준 고민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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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상(張裳)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31일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張총리서리는 당초 무난히 국회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9~30일 이틀간 청문회를 거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張총리서리의 서울 강남지역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해도 너무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청와대와 총리실도 바짝 긴장했다. 30일 밤과 31일 새벽까지 온갖 연고를 동원해 설득작업을 폈다.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는 30일 오전 고위 당직자들에게 "동의안을 무조건 통과시킨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며 "청문회를 끝까지 지켜보고 잘 생각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서청원(徐淸源)대표도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張내정자의 청문회를 보니 잘못은 다 시어머니와 비서에게 떠넘기더라. 여론을 지켜본 뒤 31일 의원총회에서 인준 여부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당초 "따질 건 따지되 동의안은 처리해줄 수밖에 없다"던 한나라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張총리서리에 대한 심상찮은 여론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청문회가 TV로 생중계되면서 당에는 張총리서리를 비난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위야 어떻든 위장전입은 틀림없지 않으냐""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텐데 왜 자꾸 앓아누운 시어머니나 비서에게 책임을 돌리느냐"는 등의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의원회관과 언론사에도 그런 전화가 많았다.

민주당 소장파 모임인 '새벽 21' 소속 의원 7명이 31일 의총에서 張총리서리를 비판하고 자유투표를 요구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같은 여론 동향과 무관치 않다.

이 모임의 박인상·김태홍·정범구·송영길·김성호·이재정·이호웅 의원은 30일 "張총리서리는 위장전입 의혹 등에 대해 신뢰성 있는 답변을 못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하려다 제지당했다.

이들의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청와대 측이 정균환(鄭均桓)총무에게 조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난감해하는 쪽은 오히려 한나라당이다.

인준이 무산될 경우 정국이 요동칠 게 뻔한데, 자칫 그 책임을 통째로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국정 혼선과 표류를 부채질하고 있다""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을 방해했다"며 '오만한 한나라당론''여성 배척론' 등을 제기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자유투표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를 결정한다 해도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질 경우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민주당도 내분에 휩싸이겠지만 한나라당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조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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