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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들, 만주 800㎞ 자전거 무한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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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는 20일, 초등학생들이 만주벌판을 자전거로 달려 백두산으로 향하는 무한도전이 시작된다. 압록강변을 따라 12일 중 8일을 하루 100km 이상 달리는 강행군이다.

서울에서 백두산까지 11박12일의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서울 강남초등학교 학생들과 구본만선생님(맨 왼쪽)이 15일 학교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D-5일인 1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강남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높은 언덕을 여러 번 오르는데도 다리들이 날랬다. 유병학(12·강남초 5학년)군이 선두에 서서 “줄 맞춰서 가자”고 외치자 6명의 아이들은 유군 뒤에 바짝 붙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뒤처지는 건 오히려 어른들이었다. 함께 참가하는 서라벌 고등학교 홍성두(60) 교사는 “애들이 자전거 안장에만 올라가면 로마 전차군단 같다”며 “어른들이 아이들의 짐이 될 지경”이라며 웃었다. 유군은 “전국일주한 경험을 살려 백두산도 정복하겠다”며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번 도전에는 학부모와 선생님, 졸업생들도 함께 참여한다. 총 42명의 ‘대군단’이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중국 다롄항에 도착해 버스로 단둥까지 이동한 뒤 압록강변을 따라 자전거로 백두산까지 간다. 중간에 안중근 의사가 순직한 뤼순감옥, 광개토대왕비가 있는 지안시도 방문한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강남초등학교 구본만(57) 교사는 “우리 선조들이 말을 타고 달리던 만주벌판을 아이들은 자전거로 달린다”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함께 나누고 역사공부도 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도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참가자들은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6시에 일어나 매일 한 시간씩 부모와 함께 15km를 자전거로 달렸다. 임성윤(11·강남초 5학년)군은 “점점 몸이 강해지고, 덜 피곤해지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아들과 함께 참여하는 정운화(47)씨는 “요즘 아이들은 아빠를 ‘돈 벌어주는 기계’로만 생각하는데, 함께 땀 흘리고 운동하면서 대화 시간이 늘었다. 부자간에 서로 의지하는 마음도 커졌다”고 말했다. 운동하면서 몸도 몰라보게 건강해졌다.

강남초등학교 박인배(59) 교장은 자전거를 타면서 몸무게를 20kg이나 뺐다. 걱정이 되는 것은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 여자 선생님들이다. 대열에서 낙오하면 구본만 교사가 가차 없이 뒤에 따라가는 트럭에 태우기 때문이다. 오진화(46) 교사는 “낙오해 트럭 신세를 지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말했다.

구 교사는 15년 전부터 자전거 프로젝트를 해왔다. 삼성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자전거 클럽인 ‘녹색소년단’을 조직해 여름방학마다 아이들과 자전거로 전국을 돌았다.

폭염경보에 울면서 고갯길을 넘어간 일, 장마와 함께한 강행군, 교통을 방해한다고 시민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사유서를 썼던 일 등 추억도 많다. 그때 참가했던 졸업생들이 이번에 다시 참가하기도 한다. 그는 “아이들이 자전거 일주를 하고 나면 얼굴에 ‘해냈다’는 뿌듯함이 묻어나는데 그걸 보면 절로 행복해진다”며 “한 명의 낙오 없이 즐겁게 다녀오겠다”고 전했다. 김효은 기자

글=오다영(경희대 영문 4년) 인턴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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