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돈·권력문제 영화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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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강우석 감독은 올해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의 구분이 명확해지는 "(흥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선 기자

강우석(45) 감독이 '칼'을 벼르고 있다. 충무로 최고의 '승부사''흥행사''파워 1위' 등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그가 본격 사회 드라마에 도전했다. 오는 27일 개봉할 '공공의 적 2'에서 한국사회의 돈과 권력 문제를 작심하고 비판할 작정이다.

'공공의 적 2'는 정의파 검사 강철중(설경구)이 돈만을 숭배하는 사학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를 응징한다는 줄거리. 2002년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던 '공공의 적'의 속편이다.

-새해부터 분위기가 무겁다.

"요즘 사는 게 그렇다. 오전 5시 반 동네 목욕탕에서 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데 어디를 들춰봐도 즐거운 소식이 적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짜증나는 일이 많다."

-제목도 살벌한 느낌인데.

"사실 전편은 '거짓말'이었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 존속살해범을 공공의 적으로 부르는 건 곤란하다. 단지 '나쁜 놈'일 뿐이다. 이번엔 다르다. 진짜 공공의 적을 그린다. 범죄가 훨씬 더 크다."

-진짜라면?

"1편이 엽기적 행위를 다뤘다면 2편은 사회적 해악을 고발한다. '나는 귀족이고, 나머지는 쓰레기다'라고 믿는 일부 가진 자들의 편협한 사고를 따질 것이다.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회 갈등을 부추기지 않을까.

"흑백논리로 보지 마라. 선악.빈부의 이분법은 아니다. 오히려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소망한다. 문제는 그런 깨끗한, 인정할 만한 부자가 적다는 거다. 나도 영화를 찍으면서 '똑바로 살아야겠다'고 반성했다."

-사회파 감독으로 나서나.

"내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소재를 자주 다룰 것 같다. '실미도'에서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실감했다. 심지어 '빨갱이'로 몰리지 않았나. 시대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겠다."

-구체적 계기가 있다면.

"친구 중에 대기업 이사가 있다. 먹고 살만한데도 여유가 전혀 없다. 큰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로 취급받는 사회다. 그래서 되겠는가. 따뜻하게 웃고 살 수는 없나. 웃고 싶어도 웃을 수가 없다."

-특정인의 책임이 아니다.

"누구를 싸잡아 욕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는 필수적이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위로해야 한다. 나 같은 일개 감독도 그런 건 안다. 몇백만원에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외국에는 한국인이 소유한 골프장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올 충무로 기상도는.

"지난해에는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적었다. 일부에선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의 후폭풍이 컸다고 하지만 관객의 눈높이를 채워줄 작품이 적었다. 올해에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곽경택 감독의 '태풍' 등 기대되는 작품이 많다."

-한국영화의 살길은 수출인데.

"그렇다. 높아진 제작비.개런티 등을 내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전투력을 키워야 한다. '베스트셀러극장''드라마시티' 같은 TV 드라마가 따라올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대박 영화는 관객.평론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영화다. 한국 관객의 수준은 아시아 최고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수출도 어렵지 않다."

박정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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