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회계부정 월街 대형 투자銀으로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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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미국 정부의 회계부정 스캔들 조사가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로 확대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4일 월가의 12개 투자은행들이 회계부정을 눈감아주고 대가를 챙긴 혐의를 잡고 증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EC는 조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시티그룹·JP 모건 체이스·골드먼 삭스 등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최대 은행인 시티그룹과 JP 모건 체이스는 최근 9년간 엔론이 이들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 85억달러를 부채가 아닌 현금 유입으로 변칙 회계처리해온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엔론 스캔들을 조사 중인 미 상원 행정위원회의 칼 레빈 위원장은 지난 23일 "엔론은 이를 통해 장부상의 부채를 40% 가량 줄일 수 있었지만 이들 투자은행은 막대한 대출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 변칙 회계처리를 돕기까지 했다"고 공개했다.

SEC는 또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AOL 타임워너를 회계부정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파슨스는 이날 투자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8일 2000~2002년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을 전후해 광고 매출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이 회사의 핵심 부문인 아메리카 온라인의 경영상태를 실제보다 과대포장해 왔다고 폭로했다.

한편 지난달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제6위의 케이블 TV 업체인 아델피아의 존 리가스 전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이 수억달러의 회사 공금을 유용, 투자자들에게 6천만달러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날 체포됐다. 최근의 기업 부정과 관련, 기업인이 체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부도덕한 기업주를 단죄해야 한다는 미국 내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한 '본보기 체포'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리가스 부자 체포에 대한 논평을 내고 "앞으로 부정한 기업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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