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드컴 파산보호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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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미국 제2위의 장거리 통신회사인 월드컴이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21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신청은 미 연방파산법 11장에 따른 것으로 한국의 법정관리처럼 대부분의 채권·채무는 일단 동결되며,1백20일 이내에 회사재건 계획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월드컴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약 3백20억달러의 채무를 조정하고 주력사업(장거리전화·인터넷사업)을 제외한 사업들은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중 시티은행과 GE캐피털 등은 20억달러의 긴급 운영자금을 수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 파산 규모=지난 5월 월드컴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자산규모는 1천39억달러.따라서 파산규모(자산기준)도 엔론(6백30억달러)을 훨씬 넘는다.

<표 참조>

지난 15년간 60차례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공시켜 1999년 주가가 주당 64달러에 달했지만 현재는 9센트에 불과하다.

결정적 파산 원인은 지난달 밝혀진 월드컴 전 경영진(버나드 에버스 회장·스콧 설리번 CFO)의 39억달러 규모 분식회계다.SEC의 고발,검찰 수사 개시로 이어지면서 주가는 급락하고 자금줄도 끊겼다.그동안의 설비투자에 대한 올해 이자 26억달러도 갚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일단은 살린다'=뉴욕 타임스는 "채권단은 월드컴의 완전 분할매각은 고려하지 않으며 엔론과 달리 월드컴은 유동자산과 실매출액이 많아 1년 내에 정상화시킨 뒤 비싸게 파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월드컴의 존 시즈모어(CEO) 현 사장은 "한숨은 돌린 만큼 지난번 발표한 1만7천명 감원계획 말고 추가 감원은 없으며, 기존 전화가입자의 서비스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 충격파=파산 보호 신청은 관련업계뿐 아니라 주식시장과 달러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월드컴에 수억달러씩 빌려준 도이체방크·ABN·시티뱅크·뱅크원·멜론뱅크 등 주요 은행들은 추가로 구조조정자금을 빌려줘야 할 판이다. 통신업계는 더 심각하다. 버라이존·SBC 같은 전화회사들은 그동안 받아온 회선이용료·연결수수료 등 1억달러씩을 못받을 가능성도 크다. 루슨트 테크놀러지 등 통신장비회사들도 외상판매금을 떼일 수 있다. 당연히 지난주부터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월드컴 파산 신청설이 보도된 지난 1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는 1백16엔 아래로 떨어졌었다. 뉴욕 타임스는 "월드컴이 다시 살아나든 없어지든 미국 경제는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보통신업계는 이번 일로 또 다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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