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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PAVVK-리그>돌아온 고종수 358일만에 골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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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고종수 갔구나'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묵묵히 기다려준 팬들이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목이 메었다. 얼마 만에 맛보는 골맛인가. 아니 얼마 만에 비춰진 스포트라이트인가.

'앙팡 테리블' 고종수(24·수원 삼성)가 되살아났다. 특유의 정교하고 예리한 왼발과 함께 그가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21일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부산 아이콘스전이 열린 수원 월드컵경기장.1-1이던 후반 13분 고종수가 교체 멤버로 나오자 경기장은 떠들썩해졌다.

그러나 그가 투입된 시간, 부산은 한골을 더 뽑아내며 2-1로 달아났다. "괜히 나 때문에 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고종수의 말처럼 그는 비장한 각오로 그라운드를 뛰었다.

5분쯤 지났을까, 기회가 왔다.페널티지역 바로 바깥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비껴간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은 것이다. 과거 '고종수 존'이라 불리던 곳이 아닌가. 그가 키커로 나섰다.

파워보다 정확한 슈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왼발 인프런트 킥으로 날린 슛은 8명이 쭉 늘어선 수비벽을 살짝 넘겼다.

<관계기사 43면>

"차는 순간 '들어갔구나'하고 직감했어요."

공이 골네트를 가르는 순간,그는 포효하며 그라운드를 달렸다.

지난해 7월 28일 대전 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골을 뽑아낸 이후 꼬박 1년 만에 맛보는 골맛이었다.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11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그로서는 복귀 두경기 만에 골을 터뜨려 잊혀져가던 그의 존재를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좌절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고종수도 달라졌다.

"경기장 밖에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죠. 씁쓸한 적도 많았지만 이젠 주위를 조금 살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나홀로 플레이'만을 한다는 비난도,몸싸움을 싫어한다는 지적도 이제 수긍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제가 추구하는 '창조적인 축구'를 위해선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알게 됐습니다. 순간순간 판단은 자기가 해야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에서 창조적인 축구가 빛을 발하는 것이니까요."

아직 스물네살.1년간의 쓰라림은 '축구 천재'를 '축구 황제'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통과의례였는지 모른다.

수원=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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