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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새해 특집] 세계경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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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4%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평균인 3.5%보다는 높은 수치다. 그러나 올해 세계 각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약 달러 현상과 씨름을 해야 한다. 주요국의 올해 경제를 전망해 본다.

*** 미국 : CEO 85% "매출 늘 것" 낙관

지난해 12월 초 160개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2005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5%로 전망했다. 이들은 예상보다 높은 유가로 인해 성장률이 전년보다는 둔화하겠지만 각사의 매출 전망에 관해선 85%가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보름 뒤 백악관은 재무부.의회 예산국 등과 조율한 뒤 발표한 보고서에서 같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3.9% 성장(추산)에 이은 3.5%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 경제학계의 거목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12월 중순 백악관 주최 경제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미국 경제는 지난 15개월 동안 2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은 상태"라며 좋은 평점을 줬다.

고용시장 전망도 어둡지 않은 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내 2308개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64%가 내년에 고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상유지는 30%, 감원은 6%에 불과했다. 자연히 실업률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해 12월 60명의 이코노미스트에게 물어본 결과 올 연말 실업률은 지금의 5.4%에서 5.0%로 하락할 것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그러나 '쌍둥이(경상수지.재정) 적자'는 올해도 미국은 물론 국제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난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거의 6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적자는 올해도 별로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재정적자는 지난 회계연도(2003.10~2004.9)에 전년보다 거의 10% 증가한 4150억달러였다. 대(對)테러전 비용이 줄어 올해는 조금 개선될 여지(미 채권시장협회 전망치는 3600억달러 적자)가 있지만 형편없이 낮은 저축률은 여전히 골칫덩이다.

달러 약세 파동이 일어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쌍둥이 적자가 지속할 것이므로 달러화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미 채권시장협회는 연말 환율을 유로당 1.40달러, 심하면 1.5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우려되던 유가는 지난해 10월 중순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선 이후 다행히 안정세로 돌아섰다. 현재 40달러를 조금 웃돌고 있는 유가는 연내 좀 더 하락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중앙은행(FRB)의 금리인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미 채권시장협회는 현재 연 2.25%인 연방기금 금리가 연말께 3.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실물경제 중 가장 주시해야 할 분야는 주택시장이라고 말한다. 지난 4년간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50~80%는 올랐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금리인상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택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UCLA 경영대학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택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 하반기 성장률을 2.8%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 일본·EU : 경기 회복 제자리 걸음 달러값 계속 하락 부담도

올해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는 1.6% 내외의 완만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일본 경제는 속도조절에 들어가고, 회복세를 보이던 EU 경제도 유로화 강세와 고유가에 시달릴 전망이다.

◆ 일본=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주춤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대형 제조업체들의 단기 경기관측 조사 결과 경기신뢰도는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경기동향지수도 지난 10월까지 3개월 연속 50%를 밑돌았다. 1995년 이후 9년 만이다. 흔히 경기동향지수가 3개월 연속 50% 미만이면 '경기 하강'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경기 감속'이 '경기 하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은 "감속은 하고 있지만 새해에도 착실한 회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부의 2005년도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6%로, 29개 민간기관이 지난해 12월 초 내놓은 평균 예측치(1.3%)보다 높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게이오대 교수는 "과거 '반짝 경기회복'때와는 달리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말끔히 해소된 데다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이 강해졌다"며 "경기하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EU=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견고한 세계무역 덕에 EU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2%에서 올해는 1.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경제성장으로는 경기침체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 8.8%에 달하던 실업률은 올해도 8.6%로 조금 나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유로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EU 경제에 부담을 준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이 달러약세를 묵인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이유로 유로당 달러환 율은 1.4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븐 젠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미국과, 수출을 늘리려는 아시아 국가 간에 외환시장 개입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60%가량 된다"며 "ECB가 내년에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김창규 기자

*** 중국·인도 : 성장률 8%대 고공비행 계속

'친디아(CHINDIA)'. 세계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를 함께 부르는 신조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인도는 브라질.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렸다. 세계 경제에서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특별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인도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탄탄대로를 걸을 전망이다.

◆ 중국=현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올해 고공행진을 계속하겠지만 성장 동력은 다소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는 최근 '새해 10대 예측'보고서에서 "2005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은 8.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률이 다소 둔화하는 과정에서 산업구조 조정은 빨라지고 국내 소비수준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경제 사령탑인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진두 지휘하는'경기 연착륙'정책은 지난해 10월 이후 효과를 보고 있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새해 물가상승률을 4% 밑으로 잡기 위해 금융.통화 정책을 쓸 것"이라며 "곡물.에너지.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중국 기업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자간 섬유협정(MFA)이 폐지된 첫 해여서 중국산 섬유제품의 수출 확대에 대한 경쟁국의 견제와 무역제재도 거세질 것이다.

◆ 인도=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8%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2003년(8.22%)에 이어 8%대의 고성장을 이룬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3.8%로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실업률은 9.5%로 높았다.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인도 경제는 지난 몇년과 마찬가지로 7%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안한 국내 정치, 파키스탄과의 분쟁 문제는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2004년 5월 취임한 만모한 싱 총리의 안정적 이미지가 외국인 투자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열악한 산업 인프라는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시설이 낡은 항만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고, 고속도로는 최악의 체증을 반복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2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분야에 50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늘어나는 물류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2003년 '브릭스'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골드먼삭스는 "인도가 2050년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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