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개방 공론화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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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의 주요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어느 모로나 좋은 일이다. 그러나 농업부문은 아쉽게도 이런 '공론화의 장(場)'이 미흡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농업개방에 관한 박용성(朴容晟)대한상의 회장의 잇따른 발언은 주목을 끈다.

朴회장은 18일 상의가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국익을 위해선 쌀 등 농산물 개방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그의 비교우위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 대처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의 핵심사항인 농업개방을 공개적으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농민단체의 반발이 일고 그 역시 곤욕을 겪었으나 공론화의 필요성을 일깨우기에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농업문제는 과거나 지금이나 뜨거운 감자다. 개방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면서도 입을 열지 못했던 게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마늘 협상 당시의 책임자들을 문책한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최근 중국산 마늘수입 개방 논란도 밑바닥에는 이런 공론화 과정의 취약성이 자리잡고 있다. 국익차원에서 마늘수입 규제보다 휴대전화 수출이 막혀 입을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면 문제를 솔직하게 공개·공론화해 농민들을 설득한 다음에 대책을 찾는 게 순서였다.

2004년 뉴라운드 협상시한은 다가오는데 농업개방의 공통분모는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추곡수매가의 국회동의 절차 하나도 없애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선거의 해라고 비생산적 논쟁에 올 한해를 보낸다면 대안을 찾을 시간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농민들의 어려운 입장을 생각하면 농업개방의 논의조차 거부하려는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으나 개방논의를 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토론 과정에선 격론과 공방이 불가피하며 피해서도 안된다. 이제라도 서둘러 생산적 토론과 합리적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고 우리의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농업개방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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