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특구' 정책 심포지엄>오늘 허재완 중앙대 교수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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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한반도를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한 '경제특구'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18일 오후 1시30분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정부의 경제특구 방안을 점검하고 보완점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경제특구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우선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립과 수도권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흔히 지역균형발전이란 지역간 차이를 무시한 기계적 평등으로 이해돼 왔으나 모든 지역은 각기 다른 제약조건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의 개념이 성장과실의 단순한 균등배분이 아니라 각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릴 '기회'가 보장되고, 국가 전체적으로 최선의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계획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제특구 구상은 기존 수도권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지역계획 체계의 확립을 요구한다. 경제특구 계획이 수도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조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수도권의 성장잠재력을 제약하는 기존의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은 방향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는 기존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구도를 청산하고 각 지역이 공생할 수 있는 이른바 '국토개발의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경제특구 개발에는 엄청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특구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비수도권지역의 반발이 클 경우 정부의 뜻대로 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경제특구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경제특구'개념은 자유무역지역·외국인전용공단·관세자유 지역·국제자유도시(제주) 등 기존제도가 혼합된 듯한 양상이다.

경제특구는 기본적으로 동북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無)규제', '무세금', '무파업', '무위험'의 이른바 '4무 지역'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특구가 경제활동과 관련된 기존의 국내법과 관행이 완전히 배제돼 경제활동에 관한 한 완전한 자율권을 행사하는 일종의 특별자치구역이 돼야 한다. 이 점에서 단순히 특혜를 부여한다는 '경제특구'라는 용어보다 기업활동에 관한 한 완벽한 자율권을 허용하는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경제자치구' 혹은 '기업자치구'라는 용어가 더 타당하다.

경제특구의 조성 및 운영에도 기존의 도시개발처럼 관료(공공부문)에 의해 계획·건설·운영되는 형태에서 탈피해 기업의 필요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민간부문)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특구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책임졌던 외국 전문가를 과감하게 영입하는 이른바 '히딩크'적 접근법도 필요하다.

해외투자 유치면에서 한국은 경쟁국들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홍콩·상하이·싱가포르보다 더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조세 및 금융지원 외에 경제특구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용적률 및 건폐율 규제의 완화,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생략 등 도시계획적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유인책을 적극 활용해 다국적기업들이 원하는 형태의 지역본부를 조성할 수 있도록 블록형 개발을 허가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예컨대 경제특구내 특정블록은 소니나 GM이 스스로 계획·개발·운영하는 이른바 '소니타운' 'GM타운'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전적인 개발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경제특구 개발에 앞서 사업추진의 투명성 보장과 체계적인 개발이익 환수 및 부동산투기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경제특구는 또 단기적으론 주변지역의 개발잠재력이 경제특구로 집중되는 이른바 역류효과로 인해 오히려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드러날 우려가 크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려면 경제특구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영종도부터 집중개발 한 후 부작용을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개발방안이 바람직하다.

정리=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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