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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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금 저렇게 누런 코 줄줄 흘리고

손톱 때 새카맣고

숙제도 준비물도 제대로 한번 챙겨본 적 없는

우리 반 칠칠이 준호

지금 어디선가 코 줄줄 흘리고

손톱 때 새까만 채 떠들썩 자라나고 있을

한 칠칠이 여학생 만나

그래도 사내꼭지라고

제 여자 쥐잡듯 잡도리하며 사랑도 해주면서

남편 구실 당당히 해나가겠지

-양정자(1944~ )'미래의 남편'

준호는 못난 제자임에 틀림없으나, 못된 녀석은 아니다.'칠칠이'는 대개 순수하고 평화로우니까. 손톱 밑의 때가 사라질 무렵이면, 별명도 버려질 것이다. 선생님은 그걸 믿는다. 칠칠이의 앞날을 믿는다. 무엇보다 그애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사내'가 될 것임을 믿는다.

윤제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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