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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치료 화장품 '戰國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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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미용에 주로 쓰이던 화장품이 아토피성 피부염·여드름 등 피부질환의 치료 영역까지 깊이 파고 들고 있다. 약국·병원에서 주로 팔리는 기능성(技能性·치료보조)화장품이 그것이다. 이달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0차 세계 피부과학회는 라 로쉬-포제·비쉬·갈더마·유레아지·아벤느·바이오더마·ROC 등 세계적인 치료보조 화장품 회사들의 각축장이었다. 화장품이 피부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미용 피부학 관련 논문이 수십편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서 관심을 모았던 치료보조용 화장품에 대해 알아본다.

◇자외선 차단=로레알 연구소 앙드레 후지에 박사의 발표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햇볕의 자외선A(UVA, 파장 3백20~4백nm)가 자외선B(UVB, 파장 2백80~3백20nm)보다 지구표면에 20배나 더 많이 내리쬔다"며 "UVA 중 절반 이상은 피부 깊은 곳까지 도달한다(UVB는 90%가 각질층에 의해 차단)"고 발표했다.

영국 킹스 칼리지의 제이 호크 교수는 창이 있는 교실에서 수십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여교사의 사진을 제시해 장내가 술렁였다. 사진엔 UVA를 많이 쬔 쪽과 그 반대쪽의 피부 노화 정도가 분명히 다른 두 얼굴의 여성이 웃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성영제 교수는 "여름엔 UVA까지 차단되는 화장품을 하루에 한번 이상 매일 발라야 한다"며 "외출하기 15~30분 전에 바르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아토피성 피부염=아토피성 피부염도 화장품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승헌 교수는 "아토피 환자에게 보습제를 발라주면 피부 건조와 가려움이 크게 완화된다"며 "특히 세라마이드 성분이 보완된 보습제가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피부가 건조해지는 65세 이상 노인은 피부 지방 중 콜레스테롤이 적으므로 이를 보충해주는 보습제가 유효하다.

독일 루드비히 막시밀란 대학 가이거 비버 교수팀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진 6개월~10세 어린이 90명에게 보습성분이 든 바디로션(라 로슈-포제사 리피카)을 매일 아침 목욕 후 3주간 가볍게 발라줬다. 그 결과 84% 이상이 피부 건조·가려움증·홍반(紅斑)등 증상들이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이번 학회에 참석한 경희대병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한국인 10명 중 6~7명은 피부가 건조한 상태"라며 "일반적인 로션이 아닌 보습제가 든 화장품을 이용해 피부를 촉촉히 유지해줘야 아토피성 피부염·건성 피부염·건선 등에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드름=학회에서 프랑스 CHU대학 브리짓 드레노 교수는 "여드름 환자는 과다한 피부 부스러기와 피지(皮脂)를 제거해야 한다"며 "스킨 클린징 제품을 꾸준히 바르라"고 제안했다.

미국 SUNY대학 피부과 알란 샬리타 교수는 "여드름의 생성과 재발을 막아주는 알파하이드록시산(AHA)등 박피(剝皮)성분이 든 화장품이 이미 나와있다"며 "레티노이드 성분이 든 화장품과 함께 바르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제임스 레이덴 교수는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는 여름엔 자외선 차단제가 든 화장품을 발라주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여드름 환자의 피부는 햇볕에 더 민감하며 일부 여드름 치료제는 광독성(光毒性)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것.

파리=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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