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올 수상자 박이소씨 : "헐렁한 현실을 시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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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프랑스 기업 에르메스 코리아가 해마다 주는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의 2002년 수상자로 박이소(45·사진)씨가 뽑혔다.

2000년 장영혜, 2001년 김범씨에 이어 박씨를 선정함으로써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은 실험성과 메시지가 강한 작가상으로 그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송미숙)는 박씨가 "예사롭지 않은 개념의 전달방식,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스케일과 재료의 기용으로 국제적인 비엔날레에서 주목 받아왔다"고 선정 이유를 달았다.

박씨는 지난해 서울 관훈동 '대안공간 풀'에서 연 개인전에서 '새마을 운동' 시대를 통과한 자신의 체험을 몸에 각인된 방법 그대로 펼쳐내 주목받았다. 체크무늬 장판과 베니어판, 비닐 천막과 박스 더미 따위의 '근대화'에 얽혀 연상되는 물건들은 보는 이에게 재미와 각성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내가 작품을 통해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는 먼저 세상의 모든 어설픈 것과 쓰잘데 없는 것, 약한 것에 대한 존경감의 표현에 있다. 또 알 수 없음과 오해가 지배하는 일상에 부대끼는 우리의 막막함과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 이루는 거대한 것의 초라함에 대한 관심도 있다. 임시성이 주는 해방감도 좋아하고, 매사가 꼭 들어맞지 않아 생기는 여유 같은 것도 좋아한다.

이런 여러 느낌과 함께 '현실'과 '미술'에 대한 헐렁하고도 미온적인 긍정의 정서 같은 것을 시각화 해보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작품 안에 우스꽝스러움과 진지함이 함께 있는, 모호하긴 하지만 즐거운 동네가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그는 "실없는 농담과 시원한 하품, 삐긋 어긋나는 각도나 옆으로 새는 소리, 또는 썰렁함과 헛헛함의 메아리 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박이소씨는 '박모'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졌던 작가다. 그는 박이소로 이름을 바꾼 까닭을 "신문방송에 익명인으로 자주 나올 뿐만 아니라 그 이름에 무슨 깊은 의미가 있는 듯 사람들이 추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패와 상금 2천만원을 부상으로 받는 박씨는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기념 전시회를 연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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