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성경 읽으며 수감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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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신의 허물이 다 드러나고나니 오히려 홀가분한가 봅니다."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한 측근은 15일 김홍업씨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20여일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수면시간과 식사량이 점차 늘어나는 등 정신적·육체적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金씨가 지난 10일 기소될 때 대기업으로부터 20억원 이상의 돈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자 참담해하면서도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며 "金씨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부분을 변호인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아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金씨의 변호인인 유제인 변호사는 "金씨가 구속 수감된 이후 성경을 한차례 완독했고 최근에는 신학 서적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업씨가 '1980년대 초 안기부와 보안사에 80여일 동안 감금됐을 때 성경을 처음으로 완독했고 이번이 두번째다. 왜 평소에는 이런 생활을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金씨가 수감된 곳은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 3동 13층 14호실. 2.17평의 독방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를 비롯한 권력층 인사들이 줄줄이 머무르고 간 방이다. 그리고 네번째 옆방에는 동생 홍걸씨가 두달째 수감돼 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김홍업·홍걸 형제가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규칙을 잘 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홍업씨와 홍걸씨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두 방 사이에 차단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하지만 최근 두 사람이 사동 밖에서 한차례 조우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갔지만 순간 형제의 눈빛이 처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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