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배 키위 日수출 농민과도 윈·윈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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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뉴질랜드의 키위 마케팅 기업인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1997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일종의 모험을 했다.

당시 28세로 최고경영자직을 맡기엔 다소 경험이 부족했던 김희정(33·사진)씨를 한국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金씨는 광고회사에서 광고 제작·이벤트 기획을 주로 했었고 키위 등 농업에 관해선 문외한이었다는 점에서 인사는 더욱 파격적이었다.

시작은 힘들었다. 외환위기 여파로 97년 1백50억원이었던 제스프리의 키위 매출은 이듬해 1백20억원으로 감소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金지사장은 그것을 시장에서 찾았다. 중간 도매상이나 유통업체 구매 담당자들을 직접 만났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키위란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유통상의 문제점을 일일이 조사했다. 이들을 다과회나 맥주 파티에 초청하는 '제스프리의 날'도 만들었다.

"처음 시장 청과물 도매상을 만났더니 애송이 취급을 하며 제대로 얘기조차 안해주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오누이처럼 지내는 분들도 많이 생겼어요."

시식회 등 판촉행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키위를 알리는 작업도 꾸준히 병행했다. 그 결과 제스프리의 매출은 지난해 6백억원으로 국내 키위시장의 40%를 장악했다.

최근 출시한 단맛이 강한 신품종 '골드키위'가 인기를 끌면서 올해 목표를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8백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수입농산물 판매회사에 대한 국내 농가의 시선은 곱지 않지만 제스프리는 예외다. 뉴질랜드가 남반구에 위치한 까닭에 뉴질랜드는 3~4월, 국내 농가는 9~11월에 열매를 수확하기 때문에 서로 부딪칠 일이 거의 없다.

金지사장은 "제스프리가 광고·홍보 등 마케팅을 통해 키위 소비인구를 늘려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농민과의 관계는 아주 원만하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는 국내 농가의 키위를 연간 5만t씩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또 골드키위를 국내 농가에서 재배하는 방안을 올 연말께 매듭지을 예정이다.

골드키위 가격이 일반 그린키위의 두배 가량이기 때문에 농가는 수입을 늘리고, 제스프리는 일본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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