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방송계 구조적 비리'메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가요계의 고질적인 금품수수 관행에 대한 검찰수사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케이블 TV 관계자와 연예담당 기자들은 물론 지상파 방송국 고위 간부들의 금품수수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여기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4대 연예기획사 임원들과 친분을 유지해오던 정·재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수사 결과는 상당한 폭발력을 지니게 됐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우답불파(牛踏不破)라는 말을 인용,"소처럼 뚝심있게 다지는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연예 기획사 임원들과 방송 관계자들간의 금품수수 행위 등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예산업 전반의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이 이번 수사의 목표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의 초점은 국내 4대 연예기획사들의 불법적인 자금조성 및 그 자금의 쓰임새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스닥 등록업체인 SM엔터테인먼트와 싸이더스의 모기업인 로커스 홀딩스의 경우 증자과정의 불법행위와 함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닥 등록 및 주가관리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의 개입 의혹이 계속될 경우 또다른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

검찰은 이미 SM과 로커스 홀딩스가 방송국 고위 간부는 물론 일부 정·관계 인사들에게 주식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 4대 기획사의 주주를 일일이 확인해 뇌물성 주식 증여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방송국 유관단체 간부의 부인이 SM 주식 6천주를 코스닥 등록 직전인 2000년 2월 액면가 5천원에 매입해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일부 연예담당 기자들과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예기획사의 매니저들은 신인 가수는 물론 인기 가수들을 위해 홍보비 명목으로 방송국 PD들에게 수시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 가수의 새 앨범 출시 때나 데뷔하는 신인 가수의 노래 홍보를 위해 룸살롱 등에서 방송 관계자들에게 향응을 제공,일부 매니저는 수천만원대의 외상 술값을 지고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조강수·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