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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은 군사분계선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북한은 지난 6월 29일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포격으로 침몰한 우리 해군 고속정의 인양작업과 관련, 그 일정을 사전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이것은 북한이 스스로의 불법적인 무력 공격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책략에서 나온 억지주장이다.

남측의 양보·배려로 설정

북한은 1999년 6월의 서해교전 직후 NLL의 무효화를 노려 일방적으로 선포했던 이른바 해상경계선 안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났으므로 도발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겠다는 술책의 연장선상에서 우리측에 인양 일정의 통보라는 엉뚱한 요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북한의 불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회담을 제의한 우리측에 대해 북한이 서해교전은 남측의 일방적인 NLL 주장 때문에 일어났다면서 NLL을 제거해야 회담에 응하겠다고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던 데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NLL의 설립배경, 법적 지위와 현황을 분명하게 밝히면 북측 주장이 왜 어거지인지가 한층 명백해질 것이다. 첫째, NLL은 휴전협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한국측의 양보와 배려에 의하여 성립되었다. 휴전협정이 체결되던 1953년 7월 27일 당시 육지에서는 양측간에 군사가 대치하고 있어 군사분계선과 경계선이 설정될 수 있었으나 해상과 공중에서는 한국(유엔)측이 일방적으로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을 그을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한국(유엔)측의 공군력과 해군력이 북측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우세하여 한반도 주변의 도서는 황해도에서 함경북도에 이르기 까지 모두 한국(유엔)측이 점령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휴전협정 체결시 한국측이 북한 관할지역 주변 도서를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 서해 5개 도서군만은 계속 한국(유엔)측 소속으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둘째, 서해 5개 도서군과 그 주변 수역은 6·25 전쟁 이전에도 한국의 관할권에 속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서해 5개 도서군과 주변수역은 38도선 밑에 속하므로 한국전쟁 전에도 한국측에 속했고 휴전 당시에도 한국측에 속해 있었다.

셋째, NLL은 휴전협정체결 후 즉시 유엔측이 해군의 작전 수행을 위해 북방한계를 설정하여 획정한 경계선으로 북한측에 통보됐다. 대체로 한국측이 관할하는 5개도서와 북한 관할지역의 중간선을 그은 것으로 누가 보아도 합리적인 경계선이다. 또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20년간 남북한이 이를 준수하여 왔다. 그러나 북한은 1973년에 서해 5개 도서군 수역이 자신의 주변 수역이라고 갑자기 주장하면서 트집을 잡기 시작하였다. 20년간 아무 이의 없이 남북한이 NLL을 준수하여 왔다면 국제법상 관습이 성립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5개 도서군이 한국측에 속하면 그 주변수역이 한국에 속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시 말해 서해 5개 도서군을 한국측 관할로 하였다는 것은 그 주변수역도 한국측 관할수역으로 했다는 명시적인 표현이 없어도 당연한 것이다.

남북합의서까지 뒤집나

다섯째, NLL은 해양경계선이며 동시에 군사분계선이다. 일부 학자들이 연평도에서 소청도에 이르는 구간이 24해리를 초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통행의 자유와 관련해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사분계선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경계선이므로 북한의 통행을 제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1992년 2월 19일부터 효력을 발생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의 규정은 결정적으로 NLL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합의서 11조에 의하면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휴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1992년 9월 17일 발효한 기본합의서 부속서 10조와 11조에도 이러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이 합의서는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기본법이다.

결론적으로 NLL은 남북한 사이의 군사분계선이며 해양경계선으로서 국제법적으로 명백히 확립되었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법적 근거 없는 억지를 부리지 말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처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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