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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공석 울릉도 보건의료원장 자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낙도에서 고통받는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인도·터키 등의 의료 사각지대에서 지진으로 다친 환자들을 돌봤던 대구시 북구보건소장 김주열(55)씨가 의약분업 이후 20개월 가량 공석으로 남아있는 울릉군 보건의료원에서 일하겠다고 나섰다.

金씨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했더니 늙으신 어머님과 가족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결국 내 뜻을 받아들여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보건의료원장을 충원하기 위해 여러 차례 중앙 일간지 등에 채용 광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엔 의사라고는 공중보건의 한명밖에 없다.

경북도 23개 시·군 가운데 의료진이 근무하길 가장 꺼리는 지역이 바로 울릉군이다. 이곳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해군 항공대의 지원을 받아 육지로 이송, 치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金씨는 신규 임용의 절차를 밟기 위해 일단 사표를 썼다.

하지만 그 절차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무원 인사교류 형식을 취했다. 그는 오는 10일 울릉군 보건의료원장에 취임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1996년 7월 보건소장(4급)에 특채된 그는 99년 9월 터키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자 약 2주 동안 이즈미트 시 인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또 지난해 2월엔 의사·간호사 등 다섯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인도의 지진 발생 지역인 안자르에 가 약 2주 동안 인술을 폈다.

金씨는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곳에 있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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