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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행동했던 지식인 수전 손택 여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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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의 대표적인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작가 겸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 여사가 타계했다. 백혈병을 앓아온 그는 입원 중이던 뉴욕의 슬론-케터링 기념 암센터에서 28일 숨졌다. 71세.

그는 1966년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대해 가하는 복수"라는 도발적 문제 제기를 담은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를 내놓아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구별을 재기발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극작가.영화 감독.연극 연출가.문화 비평가.사회 운동가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했다.

미국 작가로는 드물게 정치적 활동에도 적극 관여 했다. 이란 작가 살만 루슈디가 마호메트를 풍자하고 코란을 악마의 계시로 빗대 쓴 소설 '악마의 시'(1988)로 이란 종교당국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자 미국 문학계의 항의운동을 주도했다. 국제 펜클럽(PEN) 미국 지부장을 맡고 있던 88년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김남주 시인 등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60년대 베트남전, 90년대 옛 유고 지역의 내전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9.11 사태 이후 벌어진 미국의 대 테러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스로를 '진지함의 광신도'라고 했던 그는 '대중 문화의 퍼스트 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등 숱한 별명을 얻었다.

대표작으로는 한국어로도 번역된 '화산의 연인(The Volcano Lover)'과 2000년 전국도서상을 받은 '미국에서(In America)' 등 소설과 '해석에 반대한다(Against Interpretation)' 등 평론.에세이집 등이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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