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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한국서 온 가족들 '늑장 발굴'에 발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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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관광객들이 29일 타이 타꾸아빠의 한 병원 게시판에 붙은 부상자들의 사진을 쳐다보고 있다. 이날 현재 쓰나미 피해로 태국에서 16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타꾸아빠 AFP=연합]

▶ 지난 26일 스리랑카 텔왓트에서 지진해일로 인해 탈선한 열차 주변을 희생자 가족들이 28일 수색하고 있다. 이 사고로 승객 1000여명 중 800명 이상이 숨졌다.[텔왓트 AP=연합]

"태국 정부의 작업 속도가 늦어 발을 구르고 있다."

태국의 남부 해안에 있는 푸껫에서 한국인 피해자의 생사 확인과 시신 발굴 작업을 하는 현지 교민들의 말이다. 태국 정부는 29일 오전으로 잡혔던 팡아주(州) 카오락 지역의 시신 발굴 작업을 오후 늦게야 시작했다. 현지 교민은 "리조트 단지가 있었던 이곳에는 사고 당시 신혼부부 세쌍 등 한국인 10명이 있었으나 3명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말했다. 나머지 7명 중 6명은 무사 귀환했고 이혜정(26.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태국 한인회의 진명표 푸껫 지회장은 "현지 교민 200명과 한국에서 온 가족 20여명이 생사 확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푸껫 지역의 전체 실종자가 2000명으로 추정되나 그 중 한국인은 20여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에 400명의 행방 미확인 신고가 들어왔으나 현지의 통신 사정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은 연락이 늦어지고 있는데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사 확인 작업은 푸껫 인근의 피피섬에도 집중되고 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의 홍익태 영사는 "어제 150여구의 시체를 확인해 한국인 1명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피피섬에는 당시 한국인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서 온 가족들이 "직접 생사를 확인하겠다"며 선박 편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홍 영사는 "가족들과 함께 29일 피피섬에서 들어오는 선박 속의 시신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태국 한국대사관 측은 "태국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 명단 속의 최모씨가 국적은 필리핀이지만 한국인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실종자 가족.동료 현지로=태국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밀어닥친 해일로 지난 26일 실종된 조모(28.경북 구미시)씨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LG마이크론'의 직원들이 조씨의 행방을 찾으러 29일 오후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조씨와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EMI팀 진성현(31) 대리와 SM팀 사원인 최현철(30), IT팀 직원 임종화(29)씨 등 3명. 이들은 현지에서 자원봉사도 할 예정이다. 진 대리는 "조씨를 찾아 함께 돌아올 것으로 믿고 출발한다"며 "일 때문에 결혼식도 미룰 만큼 성실했던 조씨가 무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지진과 해일의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한 곳인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아체주에서 4일째 연락이 끊긴 강원도 영월 출신 은희천(61)씨의 맏형 희원(67.영월군 남면 쌍룡리)씨도 동생 부부의 행방을 찾기 위해 30일 현지로 떠난다. 희천씨는 지난 8월 국산 경비행기 '보라호'를 시험 비행하다 추락 사고로 숨진 은희봉 항공대학 교수의 친형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이찬호.홍권삼 기자

[바로잡습니다] 12월 30일자 4면 '한국서 온 가족들 늑장 발굴에 발 동동' 기사에서 태국한인회 푸껫 지회장은 '김명표씨'가 아니라 '진명표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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